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03 13:02

온-오프라인, 내수-수출, 직구-역직구 등의 경계 사라진다

국내 유통·소비재 산업이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국내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가계부채, 고령화에 따른 미래 불안 등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 감소→기업투자위축→일자리감소→소비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만으로도 고전 중인 유통 소비재 업계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종전의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파고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대신 온라인 쇼핑, 특히 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구매해오는 해외 직구 시장이 2조원에 달하면서 소비 시장의 국경도 무너지고 있다. 전통 내수 산업이던 유통과 소비재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내수 산업과 수출 산업의 구분마저 모호해지고 있다.

온라인쇼핑과 오프라인 유통업은 한때 온라인의 급팽창으로 서로 시장을 뺏고 빼앗는 경쟁 관계였으나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로 진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술과 물류망 발달에 힘입어 온라인 국경을 넘나드는 ‘직구족’은 역직구의 등장으로 인해 유통·소비재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이 증가하면서 한편으로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구매해가는 ‘역직구’도 서서히 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직구를 잘 활용하면 국내 업체들은 앉아서 글로벌 영토를 넓힐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례에서 보듯 중국을 겨냥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해외직구 규모가 천문학적인데다 고급 상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커지면서 중국인들의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 선호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해외 직구 국가로 한국을 가장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구 인구는 2,000만명, 구매액은 약 28조원에 이른다. 매년 2배 가량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대한 기회의 시장이 열리면서 패션, 화장품, 유아용품, 소형 가전, 식음료 등의 국내 기업들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B2C 종합쇼핑몰인 티몰이나 JD닷컴에 입점해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알리바바나 JD닷컴은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거래액(2조원)에 비해 해외 소비자들의 역직구 거래액이 4분의1(5,000억원대 미만) 수준에 그치지만 앞으로 국내 업계가 다양한 브랜드와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 등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굳이 현지에 점포를 만들지 않고도 해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최근 국내 유통산업 가운데 가장 핫한 업태로 급부상한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서 매출이 급증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자 전통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한화, 두산, SK네트웍스 등 새롭게 유통 산업에 뛰어들거나 유통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면세점 사업이 국내 점포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수출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롯데면세점을) 세계 1위 면세 사업자인 듀프리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수출 기업으로 봐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전형적인 내수 소비재 산업도 더 이상 성장이 정체된 인구 5,000만명의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생존이 불안하다. 때마침 드라마, K팝 등의 한류 붐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 등은 물론 유럽, 중남미 대륙에까지 확산되면서 K브랜드 소비재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기대와 호응이 어느 때보다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국내 소비재 업체들은 이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활용하고 있다. 식품업계와 외식업계는 한국의 맛을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해 발빠르게 해외에 매장을 열고 있다. 한류 드라마 덕에 한류 스타들이 입고 바르는 패션과 뷰티 상품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에서도 수출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한류를 기반으로 한 소비재의 수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 실적은 부진을 거듭하는 반면 한류를 기반으로 한 소비재 수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액 증감률은 2014년 2.3%, 2015년 1분기에는 -2.9%로 하락했지만 한류 기반 소비재의 수출액 증가율은 2014년 17.8%에 이어 올 1분기에는 33.3%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단순히 쇼핑만을 위해 유통매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쇼핑과 더불어 영화관, 테마마크, 식당 등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선호하고 있어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시장이 일방적인 경쟁관계가 아니듯 재래시장이나 중소상인도 대기업 유통업과 갈등하기보다는 함께 손잡고 내수도 살리고 외국인 관광객도 끌어들일 수 있는 상생 관계로 발전해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품은 넘쳐나고 전통적인 업종 구분이나 경계는 무너지면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과 편의를 제공하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의 무한 경쟁 속에 진정한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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