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2.20 06:00

경제위기 속 정의선의 생존 전략 3가지…"한 발 앞서 미래를, 위기를 기회로"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그 자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한국은 불과 1년여 만에 사면초가에 놓였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불과 1%대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세계 각국의 평균 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파고가 몰아치는 가운데,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다. 주요 그룹을 이끄는 수장들의 어깨도 자연히 무거워졌다. 얼어붙은 경영 환경에서 '도태'와 '도약'은 한 끗 차이다.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갈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래빗 점프'하려는 오너들의 과제와 전략을 살펴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CES 2022'에서 현대차의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CES 2022'에서 현대차의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이봐, 해보기나 했어?"

고(故)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이 계승된 걸까. 지난 2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색깔을 다시 입히고 있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같은 회사'를 꿈꾼 정의선이 경영 일선에 나서며 변화를 주도한 결과다. 

정 회장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보틱스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신사업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명료하게 제시했고, 이를 실행키 위한 대규모 투자에 과감히 착수했다. 새 시대를 위한 준비에 사활을 건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위기 속 정 회장이 펼치는 현대차의 생존 전략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제공=현대차)

◆글로벌 경제위기 속 현대차의 생존 전략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수익성 향상 및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생각하는 현대차의 미래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EV9', '코나 EV', '레이 EV' 등 경형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를 출시해 고객들의 전기차 경험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톱티어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현대·제네시스·기아)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전기차(EV)를 판매한 지 8년여 만에 전기차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으며, 유럽에서는 지난해 전년 대비 5.9% 증가한 약 14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둘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로 대전환해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차량 플랫폼과 통합 제어기,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아래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eS(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IMA는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한 개발 체계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하고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해 효율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신사업 분야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자율주행·미래 모빌리티(PBV·AAM)·로보틱스 등 사업 영역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HDP’를 탑재한 'G90', 'EV9'을 국내에 선보인다. 이와 함께 모셔널을 통해 미국에서 우버 등 차량공유기업과 손잡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로보틱스 분야도 관련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밸류체인을 완성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사진제공=현대차)

◆미래 차산업 '글로벌 혁신 허브' 꿈꾼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에 총 2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전기차 분야의 투자로 인해 생산·연구개발·인프라·전략제휴 등의 선순환이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이자 ‘퍼스트 무버’로 도약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12% 수준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순환출자·IRA·중국…해결 과제도 산적

사업다각화 및 물량 증가, 고수익 차종 중심 믹스 개선 등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지만, 올해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남은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극복해야 한다. 

중국 시장도 해결해야 한다. 예전의 약 10% 점유율 시대는 가고 지금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생산 확대가 기대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도 여전하다.

현대차는 올해 매출액 성장률을 전년 대비 10.5~11.5%, 영업이익률은 6.5~7.5%로 설정했다.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3'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그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와 실행력을 증명해야 하는 지점에 서있다. 지금이 바로 현대차그룹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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