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3.10 07:00

'양손잡이 경영' 본격화…신성장동력 사업 힘 쏟는다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그 자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한국은 불과 1년여 만에 사면초가에 놓였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불과 1%대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세계 각국의 평균 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파고가 몰아치는 가운데,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다. 주요 그룹을 이끄는 수장들의 어깨도 자연히 무거워졌다. 얼어붙은 경영 환경에서 '도태'와 '도약'은 한 끗 차이다.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갈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래빗 점프'하려는 오너들의 과제와 전략을 살펴본다. 

구자은 LS회장이 지난해 1월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구자은 LS회장이 지난해 1월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LS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그룹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며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올해도 대체로 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로 인해 어떤 악재가 덮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양손잡이 경영 덕택? 

LS그룹은 지난해 연간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을 기록하며 2003년 그룹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9% 증가했다. 구 회장 취임 1년 차 만에 이룩한 성과다.

충분히 고무될 법한 상황이지만 구 회장은 "이번 실적은 전임 구자열 회장님이 뿌린 씨앗을 임직원들이 잘 경작한 결과다. 나는 추수를 했을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구 회장 특유의 '겸손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 회장은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 겸손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소탈'과 '겸손'을 중요시하는 범LG가의 가풍이 LS그룹으로 분리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구 회장 체제 2년 차인 올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전력·통신 인프라 투자 확대, 신재생에너지 수요 확산 등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구 회장이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하는 데 비해 신성장동력 사업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손잡이 경영은 한 손에는 전기, 전력, 소재 등의 주력 사업 분야를, 다른 한 손에는 배터리·전기차·반도체(배전반),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미래 선행 기술의 경쟁력을 동등하게 갖춰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경영방침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사업 구조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은 첫발을 뗀 수준이다. 아직 양손잡이라고 하기엔 한 손 비중이 아직 너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거둔 역대급 실적도 주역은 역시 기존 주력 사업들이다. 세계 경제의 둔화 흐름 속에서도 전력, 통신인프라, 소재, 기계, 에너지 등이 호실적을 거뒀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와 북미 지역 광통신 케이블 성과를 보였고, LS일렉트릭은 주력 사업인 전력과 자동화기기 분야 해외 사업에서 실적을 냈다.

신사업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다. 주력 사업에 변수가 생긴다면 실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L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신사업 확장'과 '재무건전성' 균형이 급선무

"현재 25조원 자산 규모에서 2030년 두 배 성장한 자산 50조원의 글로벌 시장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자. 이를 위해 8년간 총 20조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겠다."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발표한 '비전 2030' 투자 계획이다. 그는 올해 불안정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투자를 확대해 신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신사업 비중을 늘려 진정한 양손잡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행보는 올해 수출 경기 악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상경영에 돌입한 대다수 기업 행보와도 차별화된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올해 신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LS전선은 지난달 글로벌 알루미늄 전문업체인 오스트리아 하이(HAI)와 알루미늄 사업 합작법인을 설립, 오는 2025년부터 배터리 케이스 등 전기차(EV)용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부품들을 양산할 계획이다. LS전선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각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환선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LS일렉트릭은 연료전지 분야에서 수소 사업을 확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달 28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올린 안건 중 연료전지 사업을 추가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소 사업을 본격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구회장이 양손잡이 경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리스크는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 LS전선은 현재 높은 수준의 부채 비율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 비율은 269.9%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부채 비율이 200%를 넘기면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본다. 지난해 양손잡이 경영 원칙에 따라 신사업 투자 등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탓이다. 지난해 10월에는 1주일 새 3건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총 1100억의 자금을 투입했다.

단기간에 갚을 채무도 상당하다. 지난해 3분기 단기성차입금은 1조6430억원으로 전년 말(1조1807억원) 대비 39.2%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는 올해 9월 10일 400억원, 2024년 1월 22일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이다.

LS전선은 당장 이달 16일과 24일에 각각 600억원의 채무상환을 앞두고 있다. 구 회장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LS전선에 10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보유 자금(2898억원)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아 '빚으로 빚을 갚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사업 확장과 재무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올해 구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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