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3.20 06:00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그 자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한국은 불과 1년여 만에 사면초가에 놓였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불과 1%대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세계 각국의 평균 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파고가 몰아치는 가운데,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다. 주요 그룹을 이끄는 수장들의 어깨도 자연히 무거워졌다. 얼어붙은 경영 환경에서 '도태'와 '도약'은 한 끗 차이다.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갈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래빗 점프'하려는 오너들의 과제와 전략을 살펴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최대 식품기업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시장에 안착한 CJ그룹은 지난해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세계인이 사랑하는 생활문화기업’이라는 그룹 방향성에 걸맞게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재계를 덮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악재를 글로벌 시장을 통해 극복했으며, 올해도 위기 해법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고 있다.

다만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이재현 회장이 희귀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어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은 CJ 3세인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의 입지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이 회장의 CJ 3세에 대한 경영 포석과 대단위 투자를 공언한 신사업이 CJ그룹의 지속성장을 가늠할 것으로 관측된다.

CJ제일제당 본사 전경.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본사 전경.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재현의 선택 ‘슈완스’, CJ제일제당 글로벌 심장 우뚝

CJ그룹 지주사인 CJ㈜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은 매출 40조9248억원, 영업이익 2조154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7%, 14.5% 증가한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식품사업이 눈부신 성과를 보였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일부 사업도 본궤도에 진입했다.

그중 계열사 맏형인 CJ제일제당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의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K-푸드’ 흥행을 이뤄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매출은 30조795억원, 영업이익은 1조664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2019년 그룹 최대 인수합병(M&A) 사례였던 미국 냉동 식품기업 슈완스가 지난해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장은 슈완스 인수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하며 CJ의 글로벌 시장 정조준을 선언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 이후 해외식품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는 47%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슈완스의 매출은 3조원대, 영업이익은 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해외매출 5조원에서 슈완스가 차지하는 비중만 60% 이상인 것이다.

CJ대한통운도 지난해 매출액 3조1134억원, 영업이익 4118억원의 실적으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업이익 4000억원대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2000억원대에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택배와 이커머스 사업의 발 빠른 대응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물류거점 확대에 힘입은 인프라 증대가 신규 고객사 증대에 기민하게 작용했다.

CJ프레시웨이는 고수익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 2조7477억원에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다. 다만 매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점과 글로벌 사업이 축소되면서 향후 주력 사업인 식자재유통의 지속 확장세가 고민거리로 남았다.

CJ CGV는 지난해 벌인 구조조정이 일부 성과를 내며 지난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올해 코로나 엔데믹 본격화에 따른 적자 탈출을 기대하고 있다. CJ ENM 역시 지난해 콘텐츠 제작비 증가 요인에 따른 순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엔데민 수혜를 받을 대표 업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선호(왼쪽)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사진제공=각사)
이선호(왼쪽)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사진제공=각사)

◆3세 경영 본격화…CJ 장기 비전 가늠한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CJ그룹의 성장세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위기 극복의 저력을 과시했으며, 주력 사업 일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발 빠른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동시에 계열사 대표들에게 고강도 위기의식을 주문했다.

그는 “2023~2025년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에 안주해 쇠퇴의 길을 가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며 “CEO들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초격차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계획을 신속히 수립, 내년에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26년까지 20조원의 대규모 투자 단행을 공언했다. 식품·콘텐츠 등 컬처 사업에 12조원을, 물류·커머스 등의 플랫폼에 7조원, 웰니스·지속가능성 사업에 1조원 이상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이러한 이 회장의 투자 계획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글로벌 사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투자 계획과 맞물려 CJ 3세들의 경영 참여가 수면 위에 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 ENM은 각각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가 글로벌·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이 건강강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 적극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이들 남매의 경영 승계가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CJ그룹의 장기 비전은 3세 경영 성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월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는 CJ의 지분을 크게 늘렸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CJ 보통주 2만3316주와 우선주 8584주를, 이선호 경영리더는 CJ 보통주 3만3962주와 우선주 1만5738주를 각각 매입했다. 이에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1.27%, 2.87%를 확보했다. 오는 2029년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남매 지분율은 각각 4.30%, 5.87%로 크게 높아진다.

피브스 시즌. (사진제공=CJ ENM)
피브스 시즌. (사진제공=CJ ENM)

◆노조 리스크 수면 위…피브스 인수 부담 고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창사 70년 만에 노조가 결성됐다. 노조 결성 첫해에 부분파업이 발생해 향후 노조 이슈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중요해졌다. 노조와 사측은 현재까지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측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CJ제일제당 계열의 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계열사 전반에 대한 노조 리스크 확대를 방지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지난 2021년 이미경 CJ 부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콘텐트)’ 인수합병의 시너지 창출도 고민거리다. CJ ENM은 피프스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CJ ENM의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만기 1년 내 단기차입금은 1조5941억원, 부채비율은 127%에 이르고 있다. 올해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 부채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CJ그룹은 3고로 인한 내수 침체와 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에서도 글로벌 성과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냈다”면서 “다만 위기 상황을 대비한 긴축 경영이 성과로 이어진 부분도 크기 때문에, 올해는 투자와 비용 절감의 적절한 안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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