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06.22 06:00
대한항공의 '보잉 787-9'.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의 '보잉 787-9'. (사진제공=대한항공)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항공·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호황기'였다. 항공업계는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조선업계는 견조한 수주 실적과 함께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물량이 증가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실적 훈풍 속 이들 업종의 상반기 키워드는 '합병'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최근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바로 그것이다. 하반기에는 '합병' 효과에 힘입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저환율·저유가·황금연휴까지…비수기인 2분기도 '훨훨'

코로나19로 피해가 가장 컸던 항공업계는 올해 재도약에 나섰다. 엔데믹 전환으로 국가별 입국 절차가 완화되자, 노선 회복에 탄력이 붙으며 국제선 여객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여객 수는 932만9254명으로 전년 동기(745만7962명)보다 25.1% 증가했다. 국제선의 경우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여파로 55만3119명에 불과했던 여객 수가 올해 5월에는 360만1104명으로 6.5배 뛰었다.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자 국내 여행지로 몰렸던 항공 수요가 다시 해외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올해 1분기 줄줄이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주력 노선인 일본과 동남아 노선의 수요가 살아난 데다 계절적 성수기로 인한 여행 수요 급증과 함께 운임 상승까지 반영됐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여객 수요 회복 방어에 나선 점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매출 4223억원, 영업이익 707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진에어도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525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 같은 기간 464억원 규모였던 영업손실은 1년 만에 849억원의 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티웨이항공도 매출 3588억원, 영업이익 82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16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이러한 업황에도 희비는 갈렸다. 올해 1분기 여객 수요 회복으로 흑자 랠리를 이어가던 LCC들과 달리 팬데믹 기간 화물 운송에 집중했던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 실적 감소로 다소 주춤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매출 3조1959억원, 영업이익 41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매출 1조4563억원으로 같은 기간 27% 늘었지만, 영업이익 925억원으로 48% 줄어들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제주항공)

증권가에서는 업계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도 저환율·저유가·황금연휴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은 모두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의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3579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이다. 또 진에어는 매출 2555억원과 영업이익 240억원, 티웨이항공도 매출 2752억원과 2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3조5637억원, 영업이익 3484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1조6467억원, 영업이익 107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는 국제선 매출 증가가 화물 매출 감소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계절적 성수기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의 공급 회복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국내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건도 주목받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시장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양사가 가진 일부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거나 재배분하는 등, 추가적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슬롯·운수권 양도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와 미국에서 경쟁 우려 해소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나, 얼라이언스 멤버와 협력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환 연구원도 "노이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조선 3사 실적 반등 시작…'슈퍼사이클' 초입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도 풍부한 일감과 고공행진 중인 신조선가에 힘입어 올 2분기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선 조선업황이 '슈퍼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 초입에 들어선 만큼 향후 실적 반등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별로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 중간 조선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기준 총 442척(556억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 156척(277억달러), 현대미포조선 173척(89억달러), 현대삼호중공업 113척(190억달러) 등이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143척(264억달러), 한화오션은 122척(241억달러)다.

선별 수주로 선박의 가격도 오름세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 지표인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거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지난달 말 17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신조선가 견인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한 척당 가격은 2억5000만~2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HD현대중공업 중간 조선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4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당초 올해 1분기 흑자전환이 가시화됐으나,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조192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1.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운반선 6척, 원유운반선 2척, 부유식천연가스생산설비(FLNG) 1기 등 9척, 32억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올해 목표 수주금액인 95억달러의 34% 수준이다. 수주잔량은 147척(270억달러) 규모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1위 FLNG 건조 기업으로 최근 글로벌 FLNG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층 주목받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FLNG를 비롯해 LNG선 및 대체연료 사용 상선 수주로 실적 상승을 이어갈 조짐이다.

조선3사 중 한화오션은 유일하게 올해 2분기도 흑자전환에 실패했지만, 적자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부터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컨센서스는 영업손실 1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3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업계에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2008년 이전에 인도됐던 선박들의 노후화 시기가 겹쳐 향후 3~5년간은 꾸준한 발주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누적되는 환경 규제로 컨테이너선을 필두로 노후선 교체 발주 필요성도 증가할 것"이라며 "LNG추진선 외 메탄올·암모니아와 중장기적으론 수소까지 연료가 확장되기 때문에 엔진 제작 및 선박 설계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촘촘해진 환경 규제가 조선업계 초호황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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