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6.19 13:05

대출 증가세 둔화 속 연체율 상승 고민
코로나 대출지원 9월 종료…충당금 적립↑

서울시 내 4대 은행 ATM.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시 내 4대 은행 ATM.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시중은행의 실적이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성장동력이었던 이자이익 감소가 눈에 띄게 줄고 대손비용률 상승으로 실적 압박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금리 순풍 속 은행 실적 순항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의 순이익은 약 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4조3653억원으로 은행권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요 은행이 호실적을 달성했던 배경에는 이자이익 덕분이다. 1분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14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6.6% 증가했다. 순이자마진은 1.68%로 1년 전보다 0.15% 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이전과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먼저 대출성장률은 지난 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 중이다.

원인은 높은 대출금리에 가계대출 이탈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3.2% 감소한 16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3.8% 줄었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이 줄어든 만큼 기업대출로 이를 메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총 대출자산은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안거리는 2분기 대출증가율 하락세가 멈췄다는 점이다.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17개월 연속 감소하던 신용대출 감소가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대출은 4월 7조5000억원 증가에 이어 5월도 7조8000억원 증가해 증가 규모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증가율은 하락 중이다. 기업대출 증가율은 2022년 하반기 회사채시장 여건 악화 등으로 10% 이상 상승한 뒤 하락하고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2년 동안 하락 추세를 보인 총 대출증가율은 2~5월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4~5월의 대출증가세가 유지되면 대출증가율은 향후 4%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다”며 “하지만 상승 전환하더라도 변화폭이 크지 않아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승부처는 리스크관리

시중은행은 하반기부터 부실대출에 대비하기 위해 곳간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정이하여신 순증 폭은 매 분기 급격히 상승 중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1분기 충당금으로 3609억원을 적립했다. 1년 전 충당금 규모가 19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17배 이상 충당금을 쌓은 셈이다. 특히 기업대출 관련 충당금 적립액은 3334억원으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중소기업 고객군이 많은 기업은행 역시 1분기 5950억원을 쌓으며 전년대비 2배 이상 쌓았다.

타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협은행도 충당금으로 2426억원을 적립했고 신한은행은 1798억원, 하나은행은 1229억원을 충당금으로 사용했다. 우리은행만 795억원으로 충당금을 가장 적게 적립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 영수증이 날아온다. 오는 9월말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금액은 지난 3월말 기준 85조3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9월 종료되는 상환유예 대출잔액은 6조700억원으로 전체 8% 수준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도 부실이 일시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액 중 92%를 차지하는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이용 가능하며 이자를 정상 납부 중이므로 통상의 대출도 이자 정상납부 시 만기가 재연장됨을 고려할 때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실 우려가 있는 이자상환유예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기존 차주의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3월말 0.272%에서 4월 0.304%로 올랐다.

결국 하반기에는 연체채권 매각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관리를 누가 더 잘했느냐에 따라 성적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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