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6.22 12:05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금리상승기를 타고 시중은행들이 실적 잔치를 벌이는 사이 제2금융권은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반기에도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관련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서, 여신전문회사(여전사)는 치솟는 연체율에 건전성 관리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5대 저축은행, 1분기 이자비용 107% 급증…하반기 부동산PF 폭탄 '째깍째깍'

저축은행들은 지난 2014년 2분기 흑자 전환 이후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 1분기들어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은 총 5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전 달성한 순이익 4561억원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저축은행 실적 악화는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 상승에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는데, 저축은행들도 고객 이탈을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들은 6%대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는데, 대출금리는 법정최고금리(연 20%)로 제한돼 예대마진이 축소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682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298억원)보다 106.9% 늘어났다.

건전성관리 차원에서 실시한 대손충당금 적립도 실적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조5914억원으로 전년동기(2조3103억원) 대비 12.2%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이 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는 연체율 상승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상환액 부담이 커졌는데 경기 악화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될 조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포인트 급등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이자비용은 진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세에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재연장된 채권 만기가 연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들은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더 쌓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릿지론 64%의 만기가 올 상반기 집중돼 있는데 본PF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장들이 재연장에 나설 경우 만기 재도래 기간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곽수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PF대주단 협의체 출범으로 만기연장은 예전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만기가 연장될수록 차주의 이자부담이 높아져 사업성이 악화되고 이자지급이 어려워져 기한이익상실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완충력이 높지 않아 일부 사업장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에도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지방 소형 저축은행 파산으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저축은행 업권 전체에 대한 우려로 대형 저축은행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1분기 기준 카드채 신규발행금리 추이. (자료제공=NICE신용평가)
2023년 1분기 기준 카드채 신규발행금리 추이. (자료제공=NICE신용평가)

◆카드사, 하반기 전망도 '우중충'…카드채 발행금리 여전히 높아

카드사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건전성 저하에 올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하반기에도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카드채 발행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연체율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7개(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전업신용카드사 합산 당기순이익은 5725억원으로 전년 동기(7569억원) 대비 24.4% 감소했다.

카드이용실적이 늘어나며 카드사 합산 기준 영업수익이 1년 전보다 16% 늘었지만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각각 69%, 51% 급증하며 이익규모가 축소되면서다.

카드사 이자비용은 시장금리가 높아지며 덩달아 올랐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는 빠르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국내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의 신규발행 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년물 카드채(신용등급 AA+)의 가중평균 금리는 2021년 1분기 1.5%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불안이 나타난 지난해 4분기에는 6.1%까지 치솟았다가 유동성 경색이 완화되면서 올 1분기 기준 4.3%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만기 도래가 예정된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는 2.6%, 내년은 2.7%, 2025년은 3.1%다. 

김성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3년 이후 만기 도래가 예정된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2026년까지 약 2% 후반에서 3%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며 "2023년 1분기 신규발행 평균 금리를 2023년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금리를 비교하면 약 1.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승하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채권비율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전성이 저하될수록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해야하기 때문인데, 이는 이익 감소로 연결된다.

올 1분기 7개(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전업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41%로 지난해 1분기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서민들의 급전창구였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리볼빙 서비스의 연체율이 크게 늘었다.

금감원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카드사 카드론 서비스의 잠정 연체율은 2.13%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분기 1.79%, 2022년 1분기 1.69%보다 크게 뛰었다. 

카드사 리볼빙 서비스 연체율은 2.38%를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1.76%, 2022년 1분기 1.55%를 한참 웃돈다. 당장 카드값을 상환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2021년 1분기 기준 5조5400억원이던 리볼빙 이월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7조3400억원으로 2년 만에 32.5% 증가했다.

고정이하채권비율도 2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 1%를 넘었다. 2021년 1분기 0.99%이던 비율은 2022년 2분기 0.73%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3분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1.04%를 기록하는 등 '빨간불'이 들어왔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카드사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의 주된 타겟 고객이 중저신용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을 것으로 전망하며 연중 다소 높은 수준의 대손비용 적립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판관비 등을 절감하더라도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카드산업이 처한 전반적 환경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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