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14 14:11
북한이 지난 4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4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힘에는 힘으로 정면대결을, 자력갱생을 통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종말은 자명하다. 군사력 강화를 하면 할수록 주민의 생활상은 반비례해서 어려워지고 김정은에겐 통치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쉽사리 변하지 않은 북한당국에게만 집중하기보다는 동독주민들이 동독당국을 변화시키고 통일의 길로 용감히 나섰던 것처럼 자유와 인권, 풍요가 보장되는 북한의 미래를 위해 주민들이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정부는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전쟁을 억제해야 하지만 우리의 전시대비계획에는 외교적 대책 외에는 관련 계획이 구체화되지 못했다. 1970년대 수립된 정부 비상대비계획은 현재에도 군의 데프콘(평상시부터 전시까지 다섯 단계로 나눈 방어준비태세)과 연계된 충무사태별 전쟁 대비계획을 작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우철 통일안보전략연구소장)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통일안보전략연구소가 국방부, 에이에스티홀딩스 후원으로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한 자리에서 나온 의견이다. 

북한은 2022년 36차례에 걸쳐 7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올해 들어 2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KN-25),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4월에는 고체형 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 ICBM과 신형 핵탄두 '화산-31' 등 신무기를 선보였다. 지난 12일에는 고도 6000㎞, 사거리 1000㎞ 수준의 화성-18형 발사에 성공하면서 정상각도로 쏠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발사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2022년 이후 북한이 선보인 미사일들은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의 운반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존하는 북핵 위협 앞에서 우리나라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고 북한의 전쟁 도발도 억제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민의힘 위원 (사진제공=신원실 의원실)
신원식 국민의힘 위원 (사진제공=신원실 의원실)

해외출장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신 의원은 서면 개회사를 통해 "안보영역에서 전쟁억제의 성공조건으로 능력, 신뢰성, 의사전달의 3C와 외교, 정보, 군사, 경제의 통합작용을 의미하는 DIME이 유명하다"며 "3축체계로 대표되는 군사력 강화와 워싱턴선언과 같은 외교적 성과, 담대한 구상을 통해 능력과 신뢰성, 외교·정보·군사역량을 비교적 잘 구비한 우리의 남은 과제는 군사 일변도의 전쟁억제 전략을 모든 정부 부처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범전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선과 후방이 없어져 국민 전체가 하나가 되어 적과 싸워야하는 총력전 체제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장관급 비상기획위원회를 해체하고 행정안전부 비상대비정책국이 담당하도록 했다. '작은 정부' 달성이란 취지에 따른 결정이었다해도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8월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은 그간 아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이나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이 나오면 '서울불바다설'을 제기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22년 11월 24일 담화에서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일 뿐이었다.

북한은 짐짓 전술핵무기는 한국용이고 전략핵무기는 미국 본토 및 미군 해외기지를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한국내 안보불안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선전선동에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전쟁억제 개념과 사례분석을 통한 한반도 억제 방향' 발제를 통해 워싱턴선언에 대한 의미를 되짚으면서 보완방향을 제시했다. 김정은 정권 궤멸 발언에서 나타난 것처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핵공격에 대해선 반드시 보복할 것이고 자칫 확전 부담에도 불구,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SSBN) 배치 의사를 밝힌 것은 그간 확장억제를 놓고 제기되어온 의구심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차 센터장은 "미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분명 중요한 보장조치이긴 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최소 사정거리는 2000㎞로 핵 보복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북한 핵공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의 증강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가해지는 핵 위협에 대한 분석과 평가보고서를 공동 발간하고 ▲한반도에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며 핵무기의 사용까지 고려한 전략지침과 작전계획을 수립·가동할 것을 주장했다. 군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차 센터장은 핵무기 확산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기존 입장처럼 반대한다면 단계별 또는 조건별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에 핵위기가 발생하면 일정 규모의 전술핵무기 또는 비전략핵무기를 투발수단과 함께 본토에서 괌 또는 한국내 기지에 전진배치했다가 핵 위협이 해소되면 다시 철수하자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유사시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김정은에게 각인된다면 북한이 애써 개발한 핵무기는 그야말로 방어적 목적 외에는 효용성이 없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 진지한 검토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와 재래전력 보강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군비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차 센터장의 주장도 주목됐다. 그는 "북한은 100기의 핵탄두 중에서 10기 내외를 ICBM을 통해 미국에 발사할 능력을 갖춰야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낮은 인건비를 감안해도 5년간 10개 내외의 ICBM를 제조, 유지하는데 최소 2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공격을 받았을 때 2차로 보복타격에 나서는 주요 수단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를 위해 2~3대의 신형 잠수함을 확보하는데 2~3억달러를 투입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과제에 성공해도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뒤지는 재래무기의 노후화 심화라는 고민이 커지게 된다.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박광호(왼쪽 내 번째) 한라대 교수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3일 국회의원 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범정부적인 대북 전쟁억제 추진전략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박광호(왼쪽 내 번째) 한라대 교수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수일 통일안보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범정부적 대북 억제 전쟁 계획 발전발안' 발제에서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로 아군 부사관 2명이 다친뒤 아군의 대북 방송 스피커에 북한이 고사포 1발과 평사포 3발을 발사하자 자주포 29발로 대응사격한 것을 정부 대응의 성공사례로 평가했다. 반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은 실패사례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의 관행적 도발에 대한 역대 정부의 소극적, 방어적 대응의 원인은 이른바 확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대응방법과 수단을 결정해야 하는 심리적 위축감"이라고 진단한뒤 "평시 북한 도발에 대한 군과 정부의 대응원칙을 바로 세워 지속적으로 실행함으로써 북한이 도발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점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국제적 규범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하겠다는 선언과 적용으로 도발이 아닌 상호 협력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원점 타격은 물론 지휘 및 지원시설까지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한 '선조치·후보고'를 포함해 시나리오별 세부 매뉴얼을 작성, 실행한다면 전쟁 억제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매년 한미연합연습과 연계해 을지연습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쟁억제 분야는 생락하거나 담당자에 의한 메시지 조치 위주로 대체되는 실정이다. 방어와 공격을 겸비한 전쟁억제가 이뤄지도록 선진국가 위상에 부합되는 정부비상대비계획을 새로 짤 때다. 북한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인 대비태세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억제력 구축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본보기 국가이다. 4차례에 걸쳐 중동전쟁을 통해 아랍국가들의 군사적 목적 달성을 막으면서 거부적 억제 능력을 발휘했다. 1970년 후반에는 핵무기 개발에도 성공, 응징적 억제 능력까지 갖췄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참화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군과 정부는 장기적으로 통용될 대북 억제 전략을 고도화하고 이에 따라 국가전쟁지도지침과 정부비상대비계획을 정교하게 작성해야 할 것이다. 

(사진=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발제문 캡처)
(사진=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발제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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