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16 16:03
(사진=남길남 실장 주제발표문 캡처)
(사진=남길남 실장 주제발표문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최고경영자는 사익 편취를 통해 상속세 납부 재원 만들기에 주력 중이다. 기업 가치를 키울 동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배주주에 의해 선임되는 이사회도 시가에 따라 상속세가 부과되다보니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손쉽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해치며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본시장과 더 나아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상속세 산정기준을 사망 또는 증여 시점 시가에서 공정가치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남곤 칸서스자산운용 PE본부장)

"생산 분야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공급은 성장의 중요한 요소다. 우리 경제가 짧은 기간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자금의 안정적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자본시장은 '불안정하고 미끄러운 빙판길'이다. 작년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애로를 겪고 있다. 거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인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는 실정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16일 오전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8명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주장이다. 

한국거래소 사울사무소. (사진=뉴스웍스DB)
한국거래소 사울사무소. (사진=뉴스웍스DB)

올해 들어 주식시장은 기업에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이자 없이 제공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잃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신규 공모건수는 2021년 14건에서 지난해 4건으로 급감한데 이어 지난 상반기(1~6월) 내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 2년간 11조원에 달했던 신규 공모금액은 전무했다. 유상증자도 극히 부진하다. 코스피 유상증자 기업은 2021년 36개에서 작년 18개로 줄어든뒤 지난 상반기에는 5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른 유상증자 금액은 재작년 12조원에서 작년에 6조원, 지난 상반기에는 1조원으로 급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규공모와 유상증자도 작년보다 크게 위축된 상태다. 주식시장 상장의 의미부터 되물어야할 위기 국면에 처한 셈이다.

주요 국가별로 첨단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경쟁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신음 중인 삼성전자는 7년간 보유해온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주식 354만7715주를 지난 2분기 중 팔아 2조9960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증시 상황이 좋았다면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을 것이다. 투자 시기를 놓치면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라 핵심 협력사의 지분율을 낮추는 결정까지 내린 셈이다.

반도체는 제조공장 1기를 짓는데 30조원 이상 들어가고 배터리는 10GWh 당 1~1.5조원의 돈이 소요된다. 그야말로 머니게임이다. 지난 4월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업의 70%가 필요한 투자자금의 60%에도 미달하는 금액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고 자본시장도 발전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길남(왼쪽부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과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토론회 석상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남길남(왼쪽부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과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토론회 석상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이날 '복합불황 예방 및 기업의 안정적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시장 활성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자본시장 역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펀드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벤처 및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폐쇄형 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기술혁신기업의 상장 요건 유연화 ▲상장기업 합병 과정에서 합병가액 산정 방식 자율화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취득한도 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수정 ▲모자기업의 동시상장 점진적 제한 등을 제안했다. 남 실장은 "상장주식에 대한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불공정거래로 투자자의 시장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자에 대해서는 상장회사의 이사 또는 집행임원의 역임을 임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행정제재를 도입하고 불공정거래 과징금을 재원으로 투자자보호기금을 조성해 신고자 포상과 피해자 보상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명시된 불공정거래 과징금의 사용처를 제시한 것이다. 

향후 불공정 거래자를 제재하는 과정에서 부당이득 규모는 물론 건전한 거래질서의 훼손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양형과 과징금 부과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불공정거래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줄이기 위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도 강화해 투자자로부터 믿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고용진(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주 의원이 16일 토론회 석상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고용진(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주 의원이 16일 토론회 석상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성주 의원은 축사를 통해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PF 부실 우려, 중국 부동산 디폴트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어야만 우리 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6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해외시각 점검' 자료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환원 정책 장려, 투자자 보호 강화, 외국인투자 접근성 개선 등으로 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MSCI 선진국 편입을 통해 중장기 주가 상승을 도모해야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황현일(왼쪽부터)세종 변호사와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16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황현일(왼쪽부터)세종 변호사와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16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와 관련,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MSCI는 2022년 시장접근성 평가에서 9개 항목을 지정하면서 SK텔레콤의 외국인 보유한도 소진에 따른 '외국인 투자여력'을 신규로 지적한데 이어 2023년 평가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유지했다"며 "방송·통신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조사기관에 통신사실조회권 및 계좌동결권을 주면서 적절한 통제장치를 함께 강구하고 ▲유사투자자문업을 '투자정보제공업' 등으로 개편, 보다 높은 수준의 진입규제 및 영업행위 규제를 도입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중인 크라우드펀딩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개인별 투자한도를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려면 자본시장 활성화가 정답이다.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배당제도 개선, 기업공개(IPO) 시장 건전성 제고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조속히 벗어나는 것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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