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06 12:12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주식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장기간 불법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제도 개선 청원이 들끓은 데 따른 조치다. 한시적인 조치라 아쉬움은 있지만 공매도가 거대 자본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줄곧 제기돼 온 만큼, 이번 공매도 중단 기간에 시스템 보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우리 증시에서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만 허용하고 있다. 증시가 이상 과열되는 현상을 제어하고, 약세장에서도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시장 감시를 통해 적절한 기업가치 평가를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공매도 과정에서 일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차입 거래, 다시 말해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먼저 팔고 나중에 빌리는 방식의 불법 공매도를 자행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며 증시를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차입 상환 기간과 담보비율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비해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다는 점도 불합리한 요인이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원성이 끊이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보통신(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이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불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전산화 또는 대차거래 전용 플랫폼 계약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불법 공매도 적발을 어렵게 만들어 불법이 판치게 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10년간 불법 공매도의 먹잇감이 된 주식이 1억5000만주가 넘는데도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것은 수기 거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발을 해도 형사처벌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실제 지금까지 불법 공매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 '한국이 공매도 맛 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한시적이나마 공매도를 금지시킨 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증시 효율성과 공정성을 위해선 공매도 금지가 옳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는 공매도 전면 허용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행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생색내기에 그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게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한시적으로나마 공매도 금지에 나선 만큼 공매도 관련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기관·외국인에게 유리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무차입 공매도 재발 방지 방안 등을 통해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또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해선 이익 환수는 물론 강력한 형사처벌까지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더 이상 허송세월만 했다는 비판이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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