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09 11:22

'금전'보다 '명예' 중시 수장 나와야 사법부 신뢰 회복 가능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조희대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 3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자리를 그만두고 대형 로펌으로 옮길 수 있었다. 2014년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표결을 통과, 대법관으로 취임한뒤 2020년 3월 임기 6년을 마쳤다. 그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다닐 수 없는 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강단에 계속 섰다. 족쇄가 풀리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지 않고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해온 모습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을 이끈 원동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 후보자는 9일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예방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책을 맡기에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 차례가 아니라 수천, 수만 번 고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법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혹시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렵고 떨리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결과 마지못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우리 두 눈은 가리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했다”며 자신이 보수 성향을 가진 법관이기에 법원의 보수 색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체로 대법원장 후보자 반열에 설 수 있는 연령은 60대 초반 이상이다. 판사 봉급이 행정직 공무원보다 많지만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나 전관예우 대상인 고문급 변호사, 대기업 임원보다는 훨씬 적다. 본인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풍족하지 않다면 월급만으로는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기 어렵다. 판사 중 상당수가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인  50대에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이유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영상 캡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영상 캡처)

판사는 전문직의 최정점에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로라하는 집안에서 신랑감 0순위로 찾는 대상이다. 조 전 대법관에 앞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표됐다가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는데 실패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과도한 재산이 야당의 표적이 됐다. 신고 재산이 72억 3158만원으로 역대 대법원장 후보 중 가장 많았다. 본인 재산은 15억 7607만원이고 배우자 재산은 43억 4467만원이었다. 생계난으로 고통을 받는 서민의 어려움을 알 수 있겠냐는 질타가 쏟아진 배경이다. 결정적으로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평가액 9억 9000만원)을 재산등록신고 과정에서 빠뜨린 흠결이 낙마 사태를 빚었다. 

반면, 조 후보자의 경우 2018년 12월 31일 기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차관급) 이상 법관 정기재산등록(변동) 사항에 따르면 재산이 10억 4156만원이었다. 같은 직급의 판사들 중에서 재산액이 적었다. 당시 권순일 대법관이 40억 2700만원, 박상옥 대법관이 19억 4158만원, 이기택 대법관이 20억 9481만원을 신고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느껴진다.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60세 넘어서까지 법원에 계속 남아있는 판사의 대부분은 처가의 재력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부장판사도 이 범주에 속했던 셈이다. 이에 비해 조 후보자는 27년간 전국 각지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고 대법관으로 봉직한 이후 화려한 경력에 따라 거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의 길을 걷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한마디로 조 후보자는 보유 재산이나 도덕성, 소신이란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국민의  일상생황에서 발생하는 재산적 권리나 법률관계에 대한 분쟁에 관해 판결을 내리는 민사재판,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고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형벌을 과하는 형사재판, 행정청이 행한 작위 또는 부작위 등의 위법 여부에 대한 다툼과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는 행정재판 등을 통해 법 질서를 지킨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제기된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충실한 심리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자유와 평등, 정의를 수호하는데 앞장서야할 최후의 보루이다.  

대법원은 근본적으로 보수성을 지닌다. 조변석개하는 조직이 된다면 법질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이 할 일은 외풍으로부터 법원 조직을 막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판결이 이뤄질수 있도록 내부기강을 바로세우는데 앞장서야 한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살펴봐야할 서류가 넘치는데 정시퇴근만을 고집하면서 재판을 질질 끄는 판사가 계속 조직에 남아있는다면 분위기만 나빠질 것이다. 국민들은 수긍할만한 사법서비스를 제때 받고자 한다. 법원 수장은 이런 국민의 요구에 마땅히 응해야할 책임을 진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제공=대통령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제공=대통령실)

조 후보자는 이미 국회에서 대법관 임명 동의를 받은 전력이 있다. 퇴임이후 행적을 보더라도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평가다. ‘친한 친구의 친구’이자 재산상 의혹도 적지 않았던 이균용 후보자와는 많이 다르다. 국민눈높이에 대체로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과거보다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사법부 권위도 함께 추락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당면한 사법부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인지를 확인하는 진지한 질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민주당이 결정적인 흠결도 없이 조 후보자마저 거부한다면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인사 지연 등 숱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장 직무대행체제 연장을 통해 이재명 대표 재판에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한다는 여당의 비판 공세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여러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의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면 국회에서 동의를 해주는 것이 순리일 성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당으로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대법원장 임명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세간의 구설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재판 능력을 갖춘 판사들은 많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청빈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법관은 소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사법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금전'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대법원장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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