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2 06:05

2023년 금융권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횡령사고는 또다시 발생했고, SM엔터 인수를 두고 시세조종 의혹까지 번졌다. 여기에 사모펀드에 이어 ELS 금융상품도 대규모 손실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상생금융, 내부통제 강화, 공매도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본지는 올해 금융권 이슈를 되짚어 보고 금융회사의 반성과 기회를 ㊤ ㊥ ㊦로 나누어 재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찻잔 속 태풍'된 중소보험사 M&A…매물만 쌓이나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해가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지난 7월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 찾기에 나섰다. 이후 한 사모펀드가 BNK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BL생명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BNK 측이 인수를 철회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KDB생명은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 대상자까지 선정돼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막판 하나금융도 발을 뺐다. 보험사가 새주인을 찾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잠재리스크가 높아 인수한 뒤에도 대규모 자금수혈이 불가피한데 매각 금액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MG손해보험은 수개월 째 답보 상태다. 올해 1월에 이어 10월에도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이외 잠재매물로 평가받고 있는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도 1조~2조원 규모의 매각액을 원하고 있어 매수에 나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세밑 한파 속 금융권 구조조정 확산 조짐

지난해 은행을 떠난 직원 수는 4312명에 달했다. 올해도 임금피크 적용 대상자를 포함해 3000여명의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은행 문을 나서는 직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희망퇴직 대상자로 1983년생 이전 출생까지 확대했다. 만 40세 직원도 언제든 퇴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나은행도 하반기 희망퇴직에서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까지 연령대를 낮췄다. 농협은행은 만 4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은행들이 희망퇴직 연령대를 대폭 낮춘 이유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5대 은행은 약 90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1년 전에도 199개 점포가 문을 닫아 지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은행 경영진은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어 은행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거액광고료 내라는 대형가맹점 횡포에 카드사 참여 '주춤'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소비자 편의성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 인증중고차 플랫폼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는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두 곳뿐이다. 반면 기아차 인증중고차 플랫폼에서 9개 카드사가 모두 참여해 소비자 선택 폭이 넓다.

카드사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현대차가 내세운 조건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카드사에게 1억원에 달하는 월 광고료와 오토론 금리규제, 복합할부 불허 등을 제시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결제 제휴 뒤 남는 수익이 적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대형가맹점의 횡포는 애플페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페이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0.03%, 이스라엘은 0.05%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서 유독 수수료가 큰 것이다.

카드사는 올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로 전년동기 대비 706억원 늘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제휴사 지급수수료 비용은 2074억원 증가해 사실상 적자 영업인 상황이다.

◆금융지주 회장 세대교체…10년 장수 CEO '옛말'

올해 5대 금융지주 중 4곳에서 새로운 회장이 취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이어 최근 양종희 KB금융 회장까지 수장이 바뀌었다. 이 가운데 내부 출신은 2명, 관료 출신은 2명이다.

각 회사마다 교체 사유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3연임 반대를 외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의 경우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당일 사임 의사를 밝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더욱 확산됐다. 9년째 KB금융을 이끌었던 윤종규 회장 역시 불출마 선언을 일찌감치 결정해 이사회가 후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신임 회장들의 과제는 비이자수익 확대다. 지금까지 이자이익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내년부터는 금리 하락으로 시장환경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큰 몸집에 걸맞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 시너지 영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상생금융 해법, 주주환원까지 떠안으면서 실적은 올리고 사회공헌은 다양하게 실행하는 부담을 떠안고 내년을 시작해야 한다.

◆매년 횡령으로 얼룩진 금융사…내부통제 도마 위

매년 수백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횡령액이 615억1330만원에 달했다. 사고액 대부분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뒤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지만, 형식적인 활동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내 횡령 금액은 최근 3년 새 큰 폭으로 커졌다. 2020년 2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사고 규모가 2021년에는 156억원, 2022년에는 826억원으로 증가했다.

사고 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실무 직원의 일탈을 상급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담당 임원의 경우 3년 이내 교체되지만 실무 직원은 10년 이상 업무를 지속하고 있어 긴 시간 동안 상급자의 감독망을 피해 온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사고 책임을 직원들에게 미루지 않고 임원들이 책임지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한다.

핵심은 모든 임원들이 본인이 관리하는 업무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 역시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로 지정했다. 이에 CEO는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내부통제 관리 의무 위반 시 임원에 대한 신분제재가 부과된다. 내부통제 관리 의무라는 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법이 시행될 경우 이전까지 금융당국의 제재에 맞선 행정소송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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