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06.09 14:55
주요 수출업종 12개 중 가전, 철강 등 9개 부진 전망
(서울=뉴스웍스) 신탁 기자 = 한국의 올 하반기 수출 기상도는 잔뜩 흐릴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9일 무역협회에서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개최한 ‘업종별 긴급 수출점검 회의’ 결과에 따르면 12개 주요 수출 업종 중 수출 전망이 가장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 판정을 받은 업종이 5개나 됐으며 4개 업종이 ‘흐림’ 판정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비’로 분류된 업종은 가전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철강, 석유 및 석유화학, 섬유업종 등 5개다. 가전 업종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이 늘어나 TV 등 제품 수출단가가 하락해 수출에서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판디스플레이는 대형 LCD(액정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일어나 단가 하락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또 철강은 중국과 미국 등의 설비확충과 유가하락으로 유정용 강관 수요가 줄어들어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도 유가하락으로 제품 단가가 떨어지면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섬유는 경기부진 흐름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해 하반기 수출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흐림’으로 분류된 산업들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및 해양플랜트, 무선통신기기가 꼽혔다.‘흐림’ 업종은 호황은 노리기 힘들지만 노력한다면 현상유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분류됐다.
우선 자동차 업계는 신차 출시 효과를 통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는 보이지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들의 시장 침체로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동차 부품은 경기가 어려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와 플랜트 인도 시기가 1분기에 집중돼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수출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선통신기기는 5~6월 새로운 모델의 출시로 잠시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에는 무선통신기기 수출국들과 경쟁이 격화될 기미가 보여 흐림으로 분류됐다.
다행히 '맑음'으로 분류된 업종은 반도체와 컴퓨터, 그리고 일반기계 업종이 꼽혔다.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 신규로 시장 확대해 올해 사상최고 실적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컴퓨터와 일반기계 업종의 수출도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정부의 예상이 나오자 어렵거나 정체가 예상되는 업종의 대표들은 이 회의에서 정부에게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우선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내 조달이 어려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장비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요청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현재 1%의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상당수 수출 업계 대표들이 요구한 할당관세 인하는 특정물품이 정부가 정한 일정 수량을 초과해 수입할 때만 정상적으로 세율을 부과하고 그 미만은 저율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말한다. 즉 수입 원자재 및 장비에 할당관세를 확대 적용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엔저효과를 등에 업고 수출경쟁에 나선 일본 기업들에게 압도당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는 환율 안정화 대책을 요구했다.
반도체와 가전, 일반기계 업계는 수출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그 외에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수출 연계형으로 지원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철강업계는 수출 감소의 원인 중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가 큰 걸림돌이라며 추가 수입 규제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고 건의했다. 섬유업계는 무역금융 지원 확대, 노후설비 교체, 산업용 섬유 생산기반 구축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나온 내용들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발표될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올해 수출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