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19 05:2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국민의힘 주류서도 '젠더 갈등' 표심에 관심 많아져…변화의 시작일 것"
"'다름' 인정하는 게 기본…남에 대한 비판·지적 피하고, 불공정에 분노는 하되 선은 넘지 말아야"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젠더 이슈와 관련해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야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이후 많은 파장이 일고 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20대 청년층의 표심이었다.

20대 남성은 무려 72.5%가 국민의힘을 대거 지지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발을 여실히 보여줬고, 20대 여성 또한 15%라는 적지 않은 비중이 두 거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를 선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런 결과는 이른바 '이남자'(20대 남자)와 '이여자'(20대 여자)가 서로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남자는 자신들의 분노가 투표로 드러났으니 이제 여성 우대 정책이 아닌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을 펼쳐달라는 입장이고, 이여자는 여성 단체를 필두로 15%의 소신 투표에 초점을 두라며 보다 확실한 여성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열흘가량이 지나 선거에 대한 거센 폭풍은 지나갔지만 젠더 이슈를 둘러싼 돌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스웍스가 젠더 갈등의 최일선에 서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청년 남성들 사이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우리 얘기를 들어주고 대변해주는 유이한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다. 저랑 하태경 의원은 2~3년째 비슷한 영역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미 이러한 반응을 느끼고 있었다. 하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고 20대에서도 표를 많이 받았다. 저도 서울에서 어려운 선거였지만 어쨌든 주변에 노원 갑이나 을 후보에 비해 상당히 많은 표를 얻었다. 저희는 이미 20대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반가운 것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 같은 큰 단위에서 우리 당(국민의힘) 구성원들도 이런 변화를 느꼈다는 점이다."

-원래 20대 남성 계층이 항상 모래알이다, 제일 영향력이 없다 하는 계층이지 않았나. 이번 선거에서는 표심이 확실하게 드러났고, 20대 남성들도 '우리도 결집이 되는구나', '투표로 보여주니 반응이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얼마나 장기화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결코 이게 단기로 끝날 조류는 아니다.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젊은 남성들이 느끼는 이 불평등이라는 조류라는 게, 이 분노를 같이 공감해주고 표출해 줄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에 과소평가됐던 거다.

이렇게 표로 분노를 한번 보여줬으니 정치권이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선거 이후 민주당도 상당히 놀란 듯한 스탠스를 보여주지 않았나. 김남국 의원이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 '좌표 찍기'를 시도했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사과를 했는데 이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선거 이후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공통적으로 국민의힘이 좋은 게 아니라 민주당을 심판한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이준석·하태경 2명을 제외하면 국민의힘 주류 쪽에서는 남성들에게 명확한 답을 준 게 없다고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에 온 건 충격파에 불과하다. 제가 밤에 술 먹고 밥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평소 저녁 약속을 잘 안 잡는 스타일인데, 이번 선거 이후에는 4월 말~5월 초까지 저녁 식사 일정이 꽉 찼다. 제가 거부할 수 없는 게 우리 당 의원님들도 '대체 이게(젠더 갈등) 뭔지 좀 나도 알려달라' 그러신다. 지금 의원님들이 예전과 다르게 굉장히 관심이 많다.

중진, 혹은 주류에 해당하는 의원님들도 굉장히 관심이 많고. 그분들하고 식사를 하고 하다 보면 확실히 그분들이 50대 이상이신 분들이 많다 보니 자기가 모르고 있던 세계라는 얘기를 하신다. 저는 그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저한테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냥 '남녀 성대결' 정도로만 인식했다고 한다. 거의 옛날에 남성팀·여성팀 가족오락관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여성이 소수자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첫 번째 계기가 됐다고 하셨고, 그런 게 긍정적인 변화다. 20대 남성이 어딜 봐서 기득권이 있느냐는 것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국민의힘도 표를 의식해 페미니스트 계열과 완전히 선을 긋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번 투표 결과에도 국민의힘이 반응을 안 하면 양 거대정당에서 다 버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 주류 세력에서도 20대 남성을 데려가야 한다는 인식이 분명 나오고 있는 건가.

"제가 설득을 할 때 항상 '우리 같은 보수정당(국민의힘)이 잘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젠더 이슈가 건전한 담론으로써 표출되지 않고 우리가 이걸 다루지 않으면 네오나치 같은 유럽식 극우 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갈등이나 증오가 쌓이면 유럽식 극우 정당, 그들이 표현하기로 '대안 우파'라는 극우파가 대두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좋은 방향으로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유럽·미국처럼 총을 쏘거나 하는 극단적인 폭력이 표출되진 않겠지만, 그 대신 상대 젠더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각종 과장된 비방과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선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옛날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도 안 되는 선동이 일본 내 조선인 학살로 이어졌던 것처럼 이 젠더 갈등도 물리적 폭력만 없을 뿐 전혀 신빙성 없는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이 없으려면 우리(정치권)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고 예전보다 확실히 관심을 많이 가져들 주신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SNS로 설전을 자주 벌였다. 특히 진 전 교수가 "안티 페미니즘은 망하기 딱 좋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안티 페미니즘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흔히 '백래시'라는 프레임을 만든다. 사회적 소수자·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사회운동을 하면 그에 대한 반발이 단순한 반대 의견 표현이 아닌 시위나 폭력 행위까지 번지는 게 백래시인데, 이 백래시의 주도 세력이 주로 기득권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SNS에서 벌인 설전 중 일부. (사진=이준석·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이 젠더 논쟁에 있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여성계, 특히 남인순 의원 이런 분들 쪽이 항상 강자이지 않았나. 근데 항상 자기들은 약자라고 포장을 한다. 예를 들어 항상 얘기 나오는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다', '목격한 게 증거다'라는 것이 사실 절대 강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논리다.

증거주의 같은 대한민국 형사법의 대원칙이 딱 그 문제(젠더 이슈)에만 적용이 안 되는 거다. 저는 그 자체가 굉장한 권력이고, (여성계가) 그 문제에서 절대 강자라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들이 강자인 줄을 모르고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데, 이런 오류를 진 전 교수도 그대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의 젠더 갈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군대 문제다. 최근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에서 승진 시 군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인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서 또 한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대부분의 청년 남성들은 군대에 갔다 왔거나 가야 하는데 여전히 무시·홀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현 정부가 군인 월급 올려주고,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주는 등 군인 대우를 더 좋게 해줬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웃긴 점이 민주당이 군대에 그런 혜택을 베풀면 20대 청년들이 본인들을 지지해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군대에서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해줘서 현역 군인들도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부의 실책을 더 잘 알게 된 셈이 됐다. 

또 하태경 의원과 저는 아예 여성·남성을 나누는 게 아니라 제대 군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실제로 군대와 관련해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남성은 1년 반만 현역 복무하면 되는데 여성은 부사관 이상으로밖에 복무를 못 하니 장교 등으로 가면 3년 이상 장기복무를 해야 한다. 그러니 여성도 1년 반짜리 병 계급으로도 복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여성들이 공무원 취업 등에 있어서 군 가산점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군대에 가자니 무조건 복무 기간이 더 긴 부사관 이상으로 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여성도 병사로 가는 길을 열어주면 된다. 의무병이나 행정병으로 열어주면 되고, 징병제가 아니라 지원제·모병제로 열어서 군 가산점이 필요하면 여성도 사병으로 똑같이 군 복무를 선택하라고 하자는 것이다."

-젠더 갈등의 본질이 세대 갈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기득권을 갖고 있는 중년 남성 계층이 청년 세대로의 자연스러운 기득권 승계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청년층의 반발을 윗세대인 본인이 아닌 옆에 있는 같은 세대의 이성 계층으로 돌리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단순하게 보면 지금 표 계산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각 세대가 집단적 사고를 한다 해도 그게 구체화되려면 정책화 등을 위한 집요한 과정이 필요한데, 그걸 캐치하고 구체화한 게 지금의 민주당 정권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세대·계층 등이 도구로 상당히 사용이 많이 됐고, 주류 정치 집단이 표에 대한 이해관계로 이를 제도화해버리면서 정치적으로 깊숙이 고착화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재보궐선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건데, 사실 지금 20대 남성의 지지율인 72.5%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본다. 지지율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매운맛'이 될(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제작한 성평등 교육 동영상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 해당 영상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가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논란을 낳았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유튜브 캡처)

현재 투표 극단화가 가장 심한 집단이 95% 수준의 지지율이 나오는 호남 지역인데, 그 이유로 흔히 5.18 당시 당한 게 많고 한이 맺혔다고 하지 않나. 지금 1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놓고 성평등 교육을 한다는데 이건 학생들한테 학대에 가깝다. 저는 한 5년 뒤 지금 10대가 투표권을 본격 행사하게 되면 진짜 20대 남성층에서는 95% 이상 지지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입증됐지만 결국은 임기 1년인 시장선거였고, 결승전은 내년 대통령 선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때도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단 극우적인 대안우파 형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도권 정치인들의 노력이고, 집단 내에서는 '미러링' 같은 게 나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불공정에 분노는 하되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극단적 예로 페미니스트 집단이었던 메갈리아가 옛날에 했듯 이상한 합성사진을 만들어 올리는 등 지저분한 짓을 하면 안 되고, '백래시' 주장 같은 역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 어렵겠지만 분노와 평정심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

군대 등과 관련한 메시지 하나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도 군대에 갈 수 있다'가 되어야지 '여성도 군대에 보내자'가 되면 싸우자는 게 된다. 평정심을 못 지키고 극단화되는 순간 말 그대로 막싸움이 되는 건데, 그걸 바라는 게 상대방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그간 쌓아온 힘이 있으니 이길 수밖에 없다."

-2020년대는 말 그대로 '대 혐오의 시대'가 됐다는 걱정이 많다. 이와 관련해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름'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을 자신감이라는 게 필요하다. 내가 지향하는 것과 옳고 그른 것은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좀 더 온건하고 친근해질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극단주의자들이 하는 것처럼 눈을 부라리며 너넨 잘못됐다고 가르치면서 해야 하는 건데, 내가 남을 가르치려 드는 만큼 남도 나를 가르치려 들 거라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게 기본인데 그게 어렵다 보니 못해서 혐오를 하게 되는 거라고 본다. 다른 부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그 후 '쟤가 뭘 하든 내가 무슨 상관인가',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하는 일종의 합리적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그 개인주의에 있어서 '남이 나를 간섭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남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 그 전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현재 무너져 있다.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데 그걸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남에게 비판과 지적을 남발한다면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도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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