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12.02 1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배고파서 찾아온다면 언제든지 밥 먹여줄 것…겨울철엔 집중적 도움 필요"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베풀면서 26년 간 '노숙자들의 아버지'로 살아온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운영자인 최성원 목사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열린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자들이 배고파서 나를 찾아온다면 언제든지 밥도 먹여주고, 원하면 취직도 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숙자들은 절대 낙심하지 말고 생활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자살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용기와 희망을 갖고 기다리면 좋은 때가 오게 된다. 지금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데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까 이제는 조금만 마음을 추스려서 위로 올라갈 생각만 하자"고 역설했다.
아울러 "제발 도둑질 하지 말고, 폭력쓰지 말고, 다시는 교도소로 가지 말기를 바란다"며 "여하튼, 희망을 갖고 살자고 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코로나19 때문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 와중에 거리의 노숙인들이 더 타격을 입은 것 같다"며 "우리는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며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정이나 회사, 사무실, 기업체에서 쓰고 남는 각종 물건들, 이를테면 각종 전자제품, 생활필수품, 작업복이나 팔고 남은 재고품 등을 모아주시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며 "무료 급식에 필요한 식자재를 도와주시면 아주 고맙겠다. 특히 쌀이나 라면, 국수 등을 주신다면 더욱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올해 77세인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IMF 구제금융 시기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서울역과 용산역 일대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비롯해 의류지원 및 생활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을 물론이고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한 농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금껏 노숙인 자활센터를 통해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이 400여명"이라며 "오토바이를 사서 택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파트 경비를 하는 등 잘 사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하필 왜 이 시기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연말연시는 노숙자들에게는 신의 축복이 아닌 전쟁터의 최전선에 놓여진 생존을 위한 사투의 시기"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때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별히 12월부터 3월까지의 넉달의 기간동안은 정말이지 이들에게 집중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나서서 가능한 한 많은 언론과 접촉해서 노숙자들의 현황을 알리면 독지가들과 각종 기관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아무래도 더 오기 때문에 부득이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현재 기초생활 수급비와 후원금 등으로 센터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 운영비로 자신의 월남 참전 용사 국가유공자 수당도 보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들이 팔다 남은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며 "시설 운영과 관련해 정부에 신고해서 관리 감독을 받고 있지만, 보조금이나 운영비는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알렸다.
'최초에 어떻게 이런 봉사에 뛰어들게 됐나'라는 질문에 그는 "잘 알고 지내던 서울 순복음교회 측의 김성수 목사가 내게 3000만 원을 주면서 노숙자들이 이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분들을 돕고 사는 게 진짜 목사"라며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게 진짜 목사이니 당신이 이것을 하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큰 교회로 가서 부목사를 하거나 개척교회를 해서 돈을 버는 그런 목사가 되든지 선택해라 해서 내가 노숙자들을 돕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노숙자가 늘어났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늘었느냐'는 질문에 "내가 체감적으로 느끼기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약 10% 정도 더 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문 닫는 사업체가 많다. 식당이나 조그만 군소 기업체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냥 갈 데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임시로 지하도에서 자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이다. 노숙자 중에는 사장 출신도 있고 교수 출신도 있다"고 귀뜸해줬다.
'노숙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느냐'고 하자 "구청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데 서울역 부근은 중구청과 용산구청이 담당한다. 서울시에서는 '기초생활 수급'을 해준다. 노숙자들 1인당 월 65만원 씩 나오는데 이것을 가지고 30만원 짜리 월세방을 얻어 준다. 그렇게 해서 지금 서울역 부근의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만 해도 900명"이라고 전했다.

최 목사는 일부 사회복지사와 목사들에 대해서 성토했다. 그는 "독지가들이 전해 주는 양말이나 쌀을 노숙자들을 위해 100% 사용하지 않고 그 중의 일부를 팔아먹는 사회복지사와 목사들이 있다"며 "이런 위선자, 사기꾼들이 차고 넘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구청에서 지급해주는 쌀을 팔아먹기도 한다"며 "노숙자인 척 하는 자들도 많다. 이들에 대해 모두 정밀 조사를 했으면 좋겠고 자금 운영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목사 스스로는 정말 순수하게 노숙자를 위해 봉사해왔다고 자신하느냐, 구청으로부터 감사를 철저히 받아도 걸릴 게 없느냐'고 하자 "양심을 걸고 나는 순수하게 노숙자를 위해 봉사해왔다고 자신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함에 적어놓은 5개 금융기관(농협·신한·우체국·국민·기업은행)의 계좌번호도 모두 '기부금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계좌 개설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노숙자를 도우려면 자활에 중심을 둬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래서 독지가의 도움으로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발안리에 1만 6000여평의 땅을 얻어 노숙자들이 거기에서 직접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금치, 부추, 고추, 배추, 양파, 대파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며 "이 땅은 산림청의 토지이므로 우리가 경작권만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향후, 노숙자들을 위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일례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8000 여명이다. 이들은 현재도 대기 상태로 있는데 이런 사람들과 자활에 성공한 노숙자들을 이어줘서 궁극적으로 결혼시켜서 잘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자활에 성공한 사람들이 가정을 갖고 인간답게 살게끔 하려면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우니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