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12.08 05:30
이미지 캔디에 QR코드 삽입한 신제품 개발…다양한 마케팅 수단 활용 가능
83년 창업, 롯데 협력사중 두번째로 장수기업…업계 침체 속 '홀로서기' 시도

[뉴스웍스=백승윤·전현건 기자] "기자님도 아마 제가 만든 사탕을 먹고 컸을거에요"
40년 경력의 '사탕 명장' 구영찬 유창성업 사장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실려 있었다.
지난 3일 구 사장을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추억의 사탕들이었다. 지금도 목아플 때 먹는 목캔디와 어렸을 때 항상 끼고 다녔던 보석반지, 롤리팝아이스, 조약돌캔디, 립스틱캔디 등이 기자 일행을 반겼다.
그는 진열장에 정리된 사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구영찬 사장은 1983년 캔디류 전문생산업체인 유창성업을 설립하고 오랜 시간 롯데제과와 협력해왔다.
스테디셀러인 목캔디를 비롯해 롯데제과가 판매해온 사탕의 대부분을 제조해온 사탕업계 전문가다. 그는 "캔디뿐만 아니라 롯데제과 협력업체를 다 합쳐도 저희가 두 번째로 오래됐다"라며 "오랜시간 롯데와의 협업을 통해 캔디를 잘 만드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오랜시간 쌓아온 내공 덕분에 자체 기술력도 확보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구 사장은 최근 자체 상품을 출시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구 사장은 "내 가족이 먹는다는 신념으로 40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모두 동원해서 신제품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한 구 사장의 돌파구는 '차별화'다. 기존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구 사장은 '이미지 QR 캔디'를 자체 상품으로 개발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지 캔디는 단맛을 내는 이소말토를 녹여 막대 사탕 모양의 캔디를 만든 다음 원하는 이미지를 삽입한 형태다.
이 캔디에는 이소말토가 95% 함유돼 있다. 이소말트는 자연성분에서 추출한 식물효소다. 열안정성이 높아 직불에 가열해도 캬라멜화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감미도가 높지만 인체에 흡습성이 낮아 칼로리면에서 설탕의 절반에 불과하다.
구 사장은 "'우리 가족, 내 손자, 손녀가 먹는다'라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로 프리미엄 사탕을 만들었다. 일반 사탕에 '재미'를 더해 차별성을 두었다"며 이미지 캔디가 출시된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 이미지 캔디로만 차별화를 두는게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큐알(QR) 코드'를 삽입했다.
평소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리 식으로 진전시키자'는 구 사장의 신념으로 오랜 개발과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기존 섭씨 120도보다 높은 160도의 고온에서 제조해야 돼 공정이 매우 까다로웠다.
구 사장은 "처음 큐알코드를 사탕에 주입했을 땐 선명도가 떨어져 '불인식'이란 벽에 부딪쳤다"라며 개발 당시를 떠올렸다. "색소를 선명하게 넣는 방법을 여러모로 궁리한 끝에 해냈다"고 미소띈 얼굴로 말했다.
이미지 큐알 캔디는 옥수수 전분를 매끄럽고 부드러운 시트로 만든 다음 이미지와 QR코드를 넣어 인쇄한다. 완성된 전분 용지를 이소말트 캔디 안에 삽입하는 원리로 제작된다.
다만, 아직 큐알코드에 어떤 기능을 넣을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큐알코드를 통해 홍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홈페이지로 연결시키거나 홍보 판촉물 제품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중이다.

구 사장은 "이미지 캔디에 넣은 큐알코드를 통해 새 앨범 출시를 앞둔 아이돌 그룹 등 다양한 이벤트를 알리거나, 유명 연예인들 공식홈페이지로 연결해 연예인의 영상이나 이미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다"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펀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유창성업 큐알코드 이미지 캔디는 특허심사 중에 있다. 심사가 끝나는 대로 '자체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사실 구 사장이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캔디 업계의 분위기가 변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현재 한국 사탕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탕시장이 많이 침체됐다"며 "언제까지 대기업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운을 뗐다.
'대기업이 기침하면 협력 중소기업들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기업이 힘들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사탕업계가 매우 힘들다"면서 "대기업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더 이상 외주를 맡기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운영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창성업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다. 그는 마스크가 우리 삶의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의 사탕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원청업체인 롯데제과도 올해 어려움이 많았다. 롯데제과의 올 1·2월 캔디 매출은 62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6% 줄었다.
구 사장은 "그렇다고 주저앉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처럼 광고를 잘해 좋은 제품으로 키우기는 어렵겠지만 다양성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현재 트랜드에 맞춰 제품 개발과 제품 홍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구 사장은 "레트로 감성이 유행했듯이 언젠가는 사탕도 다시 한번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된다"라며 "어릴 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탕에 대해서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구영찬 유창성업 사장은 그동안 '롯데제과'라는 타이틀 뒤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줬다. 이젠 '유창성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는 "간혹 고객들에게 감사 편지를 받을때 몽글몽글 간지러운 마음으로 글을 읽어가며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아직도 제가 만든 사탕인지 모르고 드시는 분들에게 이젠 떳떳하게 유창성업의 제품들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사탕업계가 많이 힘들어 '홀로서기'란 발걸음이 더욱 무겁지만 40년 동안 공들인 내가 만든 사탕을 먹는 사람들의 '5분의 행복'을 위해 더욱 힘내고 노력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