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1.04 08:34
역대급 실적에도 플랫폼 도전 직면…몸집 줄이고 신 사업 확장 나서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올해 금융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언택트 문화 고착화, 금리 상승기 진입, 유동성 증가세 둔화, 비금융회사의 금융업 진입 확산 등의 여파로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금융권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이는 지난 2020년 연간 순이익 11조2000억원보다 29.5% 증가한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2021년 예상 연간 순이익은 4조4651억원, 신한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4조2663억원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3006억원, 2조4913억원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4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금리 상승의 수혜업권인 은행과 생명보험 등의 수익성 개선 효과에 역대급 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 1위 등극, 토스뱅크의 출범 등 인터넷전문은행 3파전이 심화하면서 전통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은 분주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환 과정에서 조직 및 인력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진출도 예상된다.
뉴스웍스는 2022년 금융산업 키워드를 정리했다. 올해 금융권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슈퍼앱', '희망퇴직', '비금융'이다.
◆파편화된 서비스를 하나로…'슈퍼앱' 경쟁 본격화
최근 금융업은 은행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크게 앞서는 '리딩금융' KB금융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를 대변한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권은 하나에 앱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슈퍼앱'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모바일뱅킹앱인 '스타뱅킹'을 리뉴얼하는 등 모바일 앱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 2018년부터 '원 앱' 전략을 내세워 6개 금융 앱을 '쏠(SOL)'로 통합했다. 올해는 쏠을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하나원큐' 앱을, 우리는 '우리원(WON)뱅킹' 앱을 슈퍼앱으로 키우기 위해 개편을 거듭해온 만큼, 올해도 슈퍼앱 구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도 점차 단일 앱으로 비대면 이용자의 트래픽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슈퍼앱 전략) 보일 전망"이라며 "지금 현재는 각 금융회사들이 각각 수많은 앱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급자 편의를 위한 것으로 전혀 고객 친화적이지 않고 플랫폼 방향성에 부합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궁극적으로는 1개 금융그룹 당 1개의 플랫폼 앱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종합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조직 개편도 발 빠르게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리번들링(Re-bundling) 추세에 대응하고자 고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디지털콘텐츠센터'를 신설했다. 또 고객 관점에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플랫폼 품질관리(QC) 유니트'도 새롭게 구성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개편해 역할을 재정립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 DT(디지털전환) 혁신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혁신기술사업부를 신설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의 결합에 집중해 금융 플랫폼으로써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디지털 인력 재편에…'희망퇴직' 잇따라
새해 초부터 주요 시중은행은 희망퇴직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빅테크 공세에 맞춰 디지털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희망퇴직은 예전부터 있던 제도지만, 최근에는 횟수가 늘고 대상자가 젊어지는 추세다. '연 2회 희망퇴직'은 이제 공식이 되고 있으며, 희망퇴직 대상 연령도 30대까지 내려왔다. 연초부터 인력 감축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올해 대대적인 인력 개편이 시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새해부터 희망퇴직에 나섰다.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7일까지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특별퇴직자로 선정되면 직급과 연령에 따라 최대 24~36개월 치 평균 임금과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이와 별도로 임금피크 편입 시기가 도래한 1966년 하반기·1967년 출생 일반직원을 대상으로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1966년 하반기 출생 직원은 약 25개월 치 평균 임금이, 1967년생 직원에게는 약 31개월 치 평균 임금이 지급된다. 이들의 퇴직 예정 일자는 이달 31일이다.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1월과 7월 희망퇴직을 통해 35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낸 바 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3년 이후 출생자로,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이다. 또 4급 이하 일반직, RS(리테일서비스)직, 무기 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의 1966년 출생자도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31일부터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1966~1971년생이 대상으로 지난해와 같이 특별퇴직금 23~35개월 치가 지급된다. 이외에도 학기당 350만원씩 최대 8학기분의 학자금과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 가능 대상은 관리자급의 경우 1974년생 이전, 책임자급은 1977년생 이전, 행원급은 1980년생 이전 출생자다.

◆'빅 블러' 심화하자…'비금융' 사업 진출에 박차
빅테크 등 ICT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면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권은 올해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영업에 나섰다. 이에 전통 금융권도 비금융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로 산업과 금융이 융합되면서 금융·비금융 융합데이터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변혁하는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이미 보유한 금융 데이터 뿐만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 나아가 가상자산과 가상공간에서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는 기존의 금융을 넘어 비금융 생활서비스로 진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과 가상공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음식 주문 중개플랫폼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공개했다. 추후 개선 사항 등을 점검한 뒤 오는 14일 본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음식 주문 중개플랫폼 사업 진출은 단순히 배달 앱 사업 진출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을 통해 광범위한 고객 데이터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 상품을 배달시킬 수 있는 '마이(My)편의점'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에서 '신차견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에서 꽃 배달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시작한 바 있다.
KB금융도 비금융 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비금융 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며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진출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통신, 자동차, 부동산' 등 4대 비금융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