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윤해 기자
  • 입력 2022.03.24 00:05

아이 키우며 발생하는 양육·교육비 지속적 지원 절실…국가 교육·보육 시스템 믿고 자녀 맡길 수 있는 환경 구축해야

출생율 추이. (자료제공=통계청)
출생율 추이.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안윤해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하는 '초저출산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낮아지면서 급기야 작년에 0.81명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국가의 교육·보육 시스템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막대한 정부 지원금에도 '초저출산 국가' 오명 여전…왜?

우리나라가 초저출산국으로 진입한 이후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8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사실상 전무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에만 아동수당·출산장려금 등 46조7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26만500명)를 고려하면 신생아 한 명당 1억7658만원 가량을 쓴 셈이다.

매년 더 많은 예산을 쓰지만 정작 출산율 증가에 대통령과 정치권부터 별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저출산 대책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으로, 2017년 12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의에 참석한 뒤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2018년부터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 역시 선거철에만 떠들 뿐 평소에는 무관심하다. 국회에는 17개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가 있는데, 인구 감소 대응이나 저출산 대응 관련 특별위원회는 없다. 또 의원연구단체가 상당수 있으나 저출산 관련 연구단체는 극히 적고 활동도 미미하다.

저출산 문제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세계 출산율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저출산을 먼저 경험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유례 없는 수준이다.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의 합계출산율은 1.61명으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0.92명)뿐이다. 두 번째로 낮은 스페인도 1.23명으로 한국보다 0.31명 많다. 유럽 내 저출산 국가로 꼽혔던 프랑스(1.83명)에 비해선 절반 수준이며 미국(1.71명), 일본(1.36명)보다도 한참 뒤쳐진다.

아울러 코로나 19 이후 결혼·출산·보육에 대한 성인남녀의 가치관 변화도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혼인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혼인 건수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10만건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은 지난해 혼인 건수가 19만2507건으로 전년보다 9.8%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교육 부분의 비대면화가 심화되면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은 전적으로 가정의 몫으로 전가됐다.

새 정부는 기존 출산지원금 등 초기 일회성 지원에 집중돼 있는 정책 대신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양육비(육아기관), 교육비(학원비,방과후 교실)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질 높은 돌봄 교육을 통해 육아 부담을 경감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게 되면 믿음직한 국가 교육·보육 시스템에 맡기고 내 일을 하고 내 삶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 한 저출생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넥슨의 사내보육시설 '도토리소풍' 내부 전경 (사진제공=넥슨)
넥슨의 사내 보육시설 '도토리소풍' 내부 전경 (사진제공=넥슨)

◆지역아동센터 등 보육시설 평균 운영시간 14시~19시…야근하게 되면 '비상'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아이의 성장에는 가정을 비롯한 지역사회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실질적인 보육을 위한 세심한 정책 수립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 적절한 재정 투입과 운영이 필수적이다. 

저출산 문제는 투입하는 재정에 비해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책 설계와 방향을 잘 세워야 한다. 단순히 출산 초기에 집중돼 있는 현금지원 방식이 아닌 경제적 측면, 가족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크다. 특히 여성이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직장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등 가족정책과 이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는 먼저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농어촌 보육교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육서비스 질을 제고해야 한다. 최근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 늘어나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수를 파악해 아이들 돌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적정 인력을 배치하는 등 예산 투입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돌봄 컨트롤 타워 구축과 돌봄 네트워크 운영 등 지역 특성 돌봄을 추진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또 직장인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늘리고, 직장 내 어린이집 도입, 늦은 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간 보육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지역아동센터 등 보육시설의 평균 운영 시간은 14시~19시까지로, 혹여 야근이라도 하게 되면 여건상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

아울러 육아휴직 자동등록제 도입을 통해 여성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육아의 비정상적인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육아휴직 소진율은 24.2%로, 여성의 63.9%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3.4%만 육아휴직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육아휴직 제도를 보완해 부모가 모두 쓸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을 늘려 자연스럽게 출산 환경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필요한 정책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비 부담, 여성 경력단절 등 구조적 요인을 방치한 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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