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3.25 00:10

2009년부터 공익위원안으로 매년 의결…김태기 "정부, 노동자·사용자 의견 받아 직접 결정해야"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 (사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 (사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최저임금은 매년 여름께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는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두고 항상 이야기가 나온다. 노사정이 모여 합의해 정한다고 하지만, 명목상일 뿐 타협 없는 대립만 이어가는 구태를 답습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시한을 넘겨 허겁지겁 공익위원 중재안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노사 모두 불만인 최저임금 결정 체계, 이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다.  

◆고장 난 최저임금위…1988년 이후 합의 고작 7번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가 추천한 근로자위원 9명, 경영계가 추천한 사용자위원 9명,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정 의견을 고르게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결정 체계는 관련 제도가 첫 도입된 지난 1988년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이미 고장 난 지 오래됐다는 점이다. '사회적 대화기구'로 불리지만 실질적으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노사 모두 극단적 주장을 하며 힘겨루기를 벌이다 회의에 불참하거나 회의 도중 박차고 나가버리면서 파행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지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가 표결 없이 합의한 경우는 7번 밖에 없다. 그마저도 2008년이 마지막이다.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사 어느 한쪽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횟수는 19번에 달한다. 노동계는 10번, 경영계는 9번 투표하지 않고 퇴장했다. 

결국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최종안이 최저임금으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이기에 사실상 정부 입맛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됐다. 

최저임금위의 대표성 문제도 매년 도마 위에 오른다.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이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대기업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위원, 사업주 입장에 치우친 사용자위원, 전문가·학자 위주로 구성된 공익위원 모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2022년 최저임금 안내 전단지. (사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2022년 최저임금 안내 전단지. (사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노사 갈등 부추겨…정부 최저임금 '책임 회피' 그만해야

주요 선진국들은 최저임금을 각 정부 주요 정책으로 인식하고 직접 결정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입법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한다. 프랑스는 노동부 내에 최저임금제도의 기획·운영을 담당하는 노동총국과 관련 통계를 조사하는 조사통계국을 두고 있다. 프랑스 노동부는 노사 대표 의견을 청취한 후 최저임금을 직접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저임금 조정을 두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형식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공익위원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매년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중립성을 내세우며 공익위원에게 결정을 맡기는 건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법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한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해 결정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노동자와 사용자 의견을 받고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매년 결정하고,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현재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매년 결정하지 않고 인상의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에만 조정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매년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노사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노사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지만, 지역별로 차등을 둔다. 물가·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4단계로 분류해 적용한다. 중국도 각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실질적인 기능이 의문시되는 최저임금위의 효율성 제고도 시급하다.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인 최저임금위는 3년 임기의 최저임금위 위원들을 포함, 각 상임위원과 사무국, 임금수준 전문위원회, 생계비 전문위원회, 운영위원회, 연구위원회 등의 소속 인력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통령령에 따라 직위에 상응하는 보수를 세금으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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