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6.10 06:05

최소 100주 단위 거래로 소액 투자자 부담…"현재 단기 급등 '비중 축소' 기회 삼아야"

도교 증권 거래소(사진=도쿄 거래소 페이스북 캡처)
도교 증권 거래소(사진=도쿄 거래소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일본 주식 마케팅은 잠잠하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과 대비 되는 행보다. 

9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전장 대비 623.90포인트(1.97%) 상승한 3만2265.17에 마감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19일 3만808.35로 마감하며 1990년 8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5일 3만2506.78에 마감해 3만2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2거래일 동안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날 다시 큰 폭 상승하며 3만2000선을 재돌파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30억8994만달러(약 4조45억원)로, 올 초 26억5318만달러(약 3조4379억원)에 비해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콩(22억8742만달러→20억7596만달러), 중국(15억6127만달러→14억831만달러)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 보관액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 증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권가는 '일학개미' 모시기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신증권은 '일본 주식에 투자해야 할 때'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벤트는 약 2주간 진행됐으며 일본 주식 첫 거래 고객이 일본주식을 매수하면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했다.

NH투자증권도 올해 3월 일본 주식 실시간 시세 확인 서비스를 내놨다. 별도로 시세 확인 서비스를 신청하면 내년 1월까지 일본 주식 실시간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편 기념으로 8월 말까지 '미국주식 온라인 수수료 평생 누리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명은 미국 주식만 명시돼 있지만,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일본 주식 매수 수수료를 1개월 간 무료로 적용한다.

KB증권은 이달 말까지 해외주식을 최초로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주식 쿠폰 2만원을 제공한다.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은 일본 주식 전용 거래 이벤트보단 해외주식을 모두 포함해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가 일학개미 모시기에 열중하지 않는 것은 국내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비해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일 기준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610억128만달러(약 78조9661억원)로, 올해 초 442억5186만달러(약 57조2840억원)에서 큰 폭 상승했다. 일본 주식에 대한 국내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 주식 보관액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증시가 강세라고 해도 일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고객 자체가 적어 증권사에서도 따로 일본 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증시로 보면 미국 증시가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4~5% 수준"이라며 "해외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국 증시 투자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일본 증시는 매력적이지 않다. 일본 증시에서는 주식을 매매할 때 최소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한다. 소액으로 투자하는 투자자에겐 부담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일본 증시 자체가 현 시점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엔화 가치가 절하되고 있어 달러 기준으로 보면 성과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일본의 엔화 기준 올해 수익률은 17%로 양호하지만, 달러로 보면 성과는 9%로 크게 줄어든다"며 "일본의 ACWI 대비 상대 수익률은 7%포인트로 우수하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스(-) 0.3%포인트로 벤치마크 대비 소폭이지만 저조하다"고 말했다. 즉 벤치마크와 통화를 같게 두면 일본 수익률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강세를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 발표 시점인 8월 중순 이후, BOJ 정책 수정이 예상되는 3분기가 돼야 일본 증시가 추세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현재 일본 증시의 단기 급등을 전술적으로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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