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05 10:43
향후 엔비디아 HBM 공급 효과도 기대…실적 '청신호'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특히 작년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던 반도체 사업이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5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전년 동기 대비 931.25% 늘어나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6조5700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영업이익 5조2636억원과 비교할 때 25.4%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37% 증가하면서 5분기 만에 70조원대로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을 거둔 뒤, 지난해 1분기 63조7454억원, 2분기 60조55억원, 3분기 67조4047억원, 4분기 67조7799억원으로 60조원대에 머물러왔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메모리반도체가 살아난 것이 원인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맞아 업황이 부진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분이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출시한 인공지능(AI)폰 '갤럭시 S24'가 판매 호조를 이어간 것도 이 같은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됐다.

◆반도체 영업익 최대 1조…'HBM' 타고 실적 가속도 예고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1분기 7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의 흑자다.
DS 부문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작년에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으로 4조원대 손실을 거뒀지만,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여 나갔다.
올해는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부진하지만,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낸드도 23∼28%가 올랐다. 3월 반도체 수출도 회복돼 수출액은 117억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DDR5 등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생성형 AI 칩에 탑재돼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AI 칩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HBM의 주 수요처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3를 독점적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조만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예상되며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달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전시 중인 HBM3E 제품에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겨 공급을 사실상 확정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HBM 공급처를 SK하이닉스로 국한하면 필요 수량을 전부 채울 수가 없으며, 가격 협상력도 낮아진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및 마이크론 등에서 부족한 HBM 수요를 메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BM3 및 HBM3E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는 높은 단수로 승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인 HBM3E를 상반기에 양산,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또 HBM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2.9배 늘릴 계획이다.

◆'AI폰'의 성공…실적 반전 뒷받침
AI를 앞세운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출시 초기 3주간(1월 28일~2월 17일) 전 세계 판매량이 전작보다 8% 증가했다. 서유럽 지역에서는 전작보다 판매량이 28% 증가했고, 미국에서도 14% 늘었다. 국내에서는 최단기간 1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AI 폰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애플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18%에 그친 데 반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969만대를 기록해 시장 점유율 20%로 애플을 뛰어넘었다.
최근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영업이익은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30조원 개선되고, 파운드리 사업도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해 전년 대비 2조원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DS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은 17조원으로 전년 대비 32조원 개선될 전망"이라며 "특히 3일 발생한 대만 지진에 따른 TSMC 등 생산 차질이 2분기 D램 및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의 실적 변동성은 과거보다 축소되고, HBM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게 긍정적”이라며 “낸드 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가격 상승 트렌드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