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05.21 16:33

정진석 비서실장 "경찰·공수처서 수사 진행 중"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채상병 특검범에 대해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뉴스1)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채상병 특검범에 대해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야당이 강행처리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오늘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 해병 특검 법률안에 대해 국회의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열 번째 거부권 행사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해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2일까지였다.

정 실장은 재의 요구 사유를 ▲법안이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점 ▲특검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점 등 3가지로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번 특검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며 "삼권분립 원칙 하에 수사와 소추 등은 행정부의 권한이자 기능"이라고 했다. 이어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입법부의 의사이거나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행정부 권한의 부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런 이유에서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던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특검 법안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의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특검법이 특검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이어 "특히 공수처는 지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한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서 일방적으로 설치했던 수사 기관"이라면서 "그런데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 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다. 더욱이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임명에 동의하면서 한쪽에서는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고집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이번 특검 법안에서는 먼저 대한변협 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그중 2명을 고르게 하고,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무조건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상병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다.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를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다. 이는 사법 시스템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고 상식의 문제"라고 했다.

이 밖에도 특검법에 '대국민 보고'를 포함시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점과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인한 표적 수사 가능성도 문제삼았다. 

정 실장은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했다"며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을 구별해서 수사 과정을 브리핑하도록 하고 있지만 피의사실과 그 외 수사 과정의 엄밀한 구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건에 한해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까지 정비한 바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성균 방지법을 약속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도로 개선하겠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특검 법안에 언론 브리핑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역시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수사 대상에 대해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표적 과잉 수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 법안 강행 처리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당장 절실한 여야 협치의 기대를 머무는 행위"라고 했다.

끝으로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은 이미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에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겠다고 주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다"며 "정부는 채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상의 안타까운 사망은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국회의 신중한 제의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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