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09 08:00
전력 효율 기존 방식 대비 30% 이상 개선…시장규모 2030년 2.3조로 팽창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액침냉각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정유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을 찾아 나선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열을 식혀주는 '액침냉각'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배터리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전력 소모 및 운영 비용을 개선할 수 있어 새로운 열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규모 서버를 갖추는 산업이 증가하고 서버 하드웨어가 고도화되면서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40~100배 많은 전력량을 소비하는데 서버 냉각용 에너지가 전체 사용 전력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향후 개화할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약 32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동으로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에는 SK텔레콤, 영국 액체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차세대 냉각 및 솔루션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엔무브는 기존 수조형 액침냉각에 이어 정밀액체냉각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액침냉각 솔루션별 최적화된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SK엔무브 관계자는 "고품질 윤활기유를 활용한 유체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고 표준·상업화를 추진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향후 사업 영역을 확대해 종합 열관리 솔루션 제공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산업 분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Kixx Immersion Fluid 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향후 데이터센터 외에도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전기차용 배터리 및 급속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화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맞는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해 열관리 시장에서의 솔루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은 데이터센터, ESS 등 전방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당사의 윤활유 사업 규모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고려해 액침냉각유 시장에서 적극적인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센터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시제품 라인업을 구비했다"며 "연내 실증 평가를 통해 서버의 안정적인 구동 및 구동 효율, 에너지 절감 성능 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은 지난 2022년 2억4400만달러(약 33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냉각 방식과의 차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우리가 더울 때 선풍기로 열을 식히는 것과 냉탕에 입수하는 것 정도의 차이"라며 "데이터센터의 경우, 공기를 이용한 공랭식 대비 총 전력 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고, 냉각만 놓고 보면 약 9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액침냉각 시장은 초기 단계이기에 아직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할 단계"라며 "성장세가 높게 점쳐지는 만큼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제품 개발을 이어간다면 초기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