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8.26 10:59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카드업권은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앞서 있는 금융 분야다. 앞으로 신용판매, 카드대출 등 전통적 방식의 소비자 금융에서 더 나아갈 여지가 충분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열린 '여신업권 CEO 간담회'에서 카드사 대표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카드 업계를 향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혁신을 주문했지만 정작 카드 업계 숙원과제 중 하나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간담회보다 3일 앞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에서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카드 업계, 가맹점 단체, 소비자 단체가 만나 적격비용 관련 최종안을 매듭지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해당 논의는 연말로 미뤄졌다.
금융당국은 2012년에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고,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도록 했다. 소상공인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이후 여러 차례 연속으로 하향 조정됐다. 2007년 4.5% 수준이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낮아졌다.
동시에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0.54%에서 2022년 24.24%로 6.3%포인트 감소했다. 줄어든 가맹점 카드수수료 수익 규모는 연간 1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본업에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잃고 카드론과 빅데이터 분석· 판매·관리, 금융 플랫폼 운영 등 부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본업 대신 부수 업무에 집중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카드론을 확대하면서 카드사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조226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이 치솟으면서 국내 7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평균 실질 연체율은 1.75%로 전년 동기보다 0.22%포인트 급등했다.
카드사 본업 경쟁력이 악화하면서 수익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졌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카드 혜택마저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뜻의 소위 '혜자카드'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카드 연회비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 결정될 가맹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카드사들의 본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카드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들이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