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18 18:48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단순한 분쟁에서 국가 경제와 안보 사안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지난 13일 고려아연과 자회사인 켐코(KEMCO)가 함께 개발한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기술을 해외로 매각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산자부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된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국내 대형 전선 회사인 A사는 2019년 보유하고 있는 ‘500kV급 이상 전력 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선정되면서, 당시 추진하던 해외 매각이 막혀 2년 뒤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국내 대형 공작기계 회사인 B사도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제조 기술’을 보유해 중국과 일본 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향후 MBK·영풍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조원이 넘는 고려아연의 시가총액과 대규모 인수 자금 때문에 엑시트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런데도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멈추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며 "이들이 고려아연의 해외 우량 자산을 먼저 구조조정해 수익화를 도모한 뒤, 분할 매각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다른 중요 기술을 해외에 공유하거나 수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편, MBK·영풍 측은 입장문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환영하며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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