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2 13:51
출범 3주 만에 의료계 '참여 중단' 선언…"성탄절 이전 성과" 공염불
전공의·의협 "최선은 2025학년도 모집 정지"…민주당 "예견된 실패"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달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3주 만에 좌초되면서 전공의, 의대생 이탈 등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6일이면 수능 성적이 나오고, 13일이면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되며 31일부터는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두고 의정간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2월부터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불참하면서 여의정 형태로 출발한 협의체에서 유일한 의료계 참여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의대협회)마저 참여 중단을 전날(1일) 발표했다.
여당의 '성탄절 전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선언으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의정간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의료계가 요청 중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두고 정부는 '불가능'을 입장만 지속 내보였다.
여기에 더해 여당의 '지역 국립의대 신설' 지지까지 겹치면서 의료계 각계에서는 의학회와 의대협회에 '협의체 참여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두 단체는 지난 1일 4차 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최종 입장을 확인한 뒤 협의체에서 빠지기로 했다.

대한의학회·KAMC는 입장문을 통해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사태 해결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며 "지난주 회의 이후 마지막까지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요청해지만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금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는 협의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단호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두 단체의 탈퇴와 관련해 "의료계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의 변경을 지속 요구해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공식적인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지기에도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어렵게 마련한 공식 채널이 닫힌 만큼 협의의 진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정부에 '2026년도는 증원 없이 총량제를 도입해 2027년도부터 정원을 늘려가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의료계는 '2025학년도 증원'을 문제 삼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협의체 중단 기사를 공유하며 "현재로서 최선은 2025학년 의대 모집 정지"라고 재차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아집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의대 모집 중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2025학년도 조정 불가능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협의체 중단에 대해 "안타깝다. 정부는 열려 있는 자세로 논의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가 진행되고 있어 되돌리기에는 늦었고, 2026학년도 정원부터 빠르게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협의체 파탄을 두고 당정을 비판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애초에 의정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빠진 협의체는 팥소가 빠진 찐빵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며 "전공의나, 의대 교수를 대변하는 단체, 심지어 의협조차 빠진 채 반쪽짜리로 출범할 때부터 예견된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한동훈 대표는 아무런 진정성도 없이 협의체를 본인의 정치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과연 의정 갈등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국민의 고통과 불편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 참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