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4.12.31 13:28
박용갑 국회의원. (사진제공=박용갑 의원실)
박용갑 국회의원. (사진제공=박용갑 의원실)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무안국제공항 참사에서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사고 원인의 하나로 제시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박용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중구)은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등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박 의원은 최근 전 세계 항공기와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항 중 조류탐지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전무했다고 지적하면서, 항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내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 등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발표 '2016-2021 야생동물 충돌 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사고는 2001~2007년 4만2508건, 2008~2015년 9만7751건, 2016~2021년 27만3343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6~2021년 발생한 사고 중 46%는 공항 착륙이나 접근 과정에서 발생했다.

항공안전재단 항공안전네트워크(ASN)가 발표한 2022~2024년 전 세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 분석 결과에서도 2022년 139건, 2023년 161건, 2024년 133건으로 3년간 433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제작사별로는 보잉, 에어버스 항공기 사고가 각각 137건(31.6%)으로 가장 많았으며, 보잉 737-8 항공기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62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이착륙 과정에서 조류 등과 충돌하지 않도록 미국이나 일본처럼 조류 탐지 레이더, 열 화상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2009년 1월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조류 충돌로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고(허드슨강의 기적) 직후 2012년 미국 공항에서 조류 탐지 레이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으며, 조류 탐지 레이더 도입비용을 공항 개선 프로그램 보조금(AIP)을 통해 지원했다.

FAA는 이처럼 조류 탐지 레이더를 바탕으로 조류 등 야생동물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소음이나 시각 억제 장치, 특수 무인 항공기 시스템(UAS) 등을 활용해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를 방지해 왔다. 그 결과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사고는 2010년 9905건에서 2019년 1만7228건으로 증가했으나,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로 인한 중대사고 발생률은 2010년 6.0%에서 2019년 4.1%로 줄일 수 있었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2011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가 하네다공항에서만 240건, 일본 전체 공항에서 1600건이 발생하자 2012년 하네다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감시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BIRDS)을 설치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도 BIRDS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이 한국공항공사(KAC)와 인천국제공항공사(IIAC)에 확인한 결과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었다.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공항도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3곳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 단 한 사람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지 않도록 국내 모든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 열 화상 카메라 등이 신속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공항시설법을 개정하고, 추경을 통해 관련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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