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05 16:02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정부가 국내 양자과학기술의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올해 15개 사업 32건 신규 과제를 추진한다고 5일 발표했다. 또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양자기술·산업 육성 의지를 다졌다.
◆기초원천 기술개발·산업화 박차
양자과학기술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중 하나로 중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양자과학기술 관련 전용 예산은 1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1% 증가한 것으로, 이 예산으로 총 24개 사업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15개 사업에서 32건의 과제가 새롭게 시작될 예정이다.
새롭게 추진하는 주요 사업 중 '양자컴퓨팅 서비스 및 활용체계 구축' 사업은 성능이 검증된 양자컴퓨터를 국내에 설치하고, 이를 연구 현장에 제공해 양자컴퓨팅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양자통신 소재의 국산화와 기술 개발 자립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퀀텀 ICT 엔지니어링 기술 개발(통신)' 사업, 미래 양자기술 기반이 되는 새로운 계측 방법론을 연구하는 '양자정보 계측방법론 및 원천기술 개발(퀀텀 메트롤로지)'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양자과학기술 글로벌 파트너십 선도 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대학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세계 수준의 양자 기술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대학 간 국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양자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양자 연구거점 2곳을 선정하는 '퀀텀 플랫폼 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이 사업은 출연연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협력해 양자 연구 거점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R&D,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차세대 양자 연구 거점과 양자 활용 연구 거점 각 1개 기관을 선정하고, 거점별로 '개방형 양자 공동연구실'을 운영해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한 양자 핵심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2025년도 양자과학기술 신규 과제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웹사이트를 통해 공고 시기에 확인할 수 있다.
◆유상임 장관 "올해를 한국 양자 산업화 원년 삼을 것"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5일 과총회관에서 열린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 한국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 한국 선포를 축하하고, 대한민국 양자 기술·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행사는 국제연합(UN)이 지정한 2025년 '세계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를 맞아 한국 물리학회 주관으로 개최됐으며, 유 장관, 박충권·황정아 국회의원, 최민호 세종시장, 김진상 경희대 총장, 정우성 한국창의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는 홍정기 포항공대 명예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학술단체 좌담, 연구기관 좌담, 양자대학원 등 관련 단체 좌담, 양자산업체 좌담 등이 이어졌다. 채은미 고려대 교수와 김상욱 경희대 교수의 대중 강연과 윤진희 한국물리학회장의 폐회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유 장관은 축사에서 "올해 2025년을 대한민국 양자 산업화의 원년으로 삼아 기술과 산업 양면에서 정진하려 한다"며 "기술개발, 국제협력, 인력양성, 인프라 등 생태계 기반 조성과 함께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 착수,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을 통한 민-관 범부처 협업체계 구축, 분야별 산업화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선도적 정책 마련해 기술 확산 촉진해야
정부의 양자과학기술 발전 노력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양자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한 정책적인 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 기술·솔루션 개발기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기술·제품 개발에서 선도 국가와 기업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장했다"면서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성과가 아닌 가능성에 투자하고, 타당한 실패를 격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연구 절차와 성과에 집착하는 기존 R&D 체계에서는 독보적인 양자기술 개발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양자 솔루션 개발자는 정부가 시장을 추격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견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홈네트워크의 보안 강화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예시로 가상사설망(VPN), 가상근거리통신망(VLAN), AES 등을 언급한 반면 양자내성암호(PQC)나 양자키분배(QKD) 등 양자보안기술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ISA는 아직 상용화, 보급이 미흡한 양자통신기술, 솔루션을 홈네트워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개발자는 과기정통부와 KISA의 입장에 대해 "시장이 형성되도록 판을 미리 깔아준다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며 "정부가 고전적 기술만 언급함으로써 신기술, 신제품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신기술을 제외하고 고전적 기술만 언급하면 시장에서는 정부가 인정한 것들만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