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4.16 17:34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상호관세에 대해 문의가 많지만, 관세 조치가 확정되지 않는 이상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서 답답합니다."

한 기업 홍보 담당자의 하소연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잦은 상호관세 말 바꿈에 반도체·스마트폰·PC 등 수출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및 개별 품목 관세 부과에 국내 주요 수출기업이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 7곳은 13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각 그룹사도 '백악관의 실세'라고 평가받는 적임자를 로비스트로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생산기지는 스마트폰은 베트남과 중국, 가전제품은 멕시코 등에 위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후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끝낸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 기업은 우리 정부가 상호관세 완화를 위해 적극 나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부재'는 상호관세 협상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통상 담당자들은 다음 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상호 관세 부과를 최대한 늦추고, 나머지는 새 정부가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다음 주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자동차·철강·전자제품 등 우리 주력 수출 상품들은 상호관세 대상이 아닌 보편관세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낮춘다고 해도,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수출액의 절반을 넘는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별도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적용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하며, 동시에 보편관세의 적용을 받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공동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논의할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는 묘수도 필요하다.

또한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플랜A, 플랜B 등을 세운 뒤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현재 다수의 기업이 높은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업체들이 미국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인 시급 2만9000원 수준의 임금을 줘야 한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생산공장 건설에 공정 안정화까지 드는 시간은 물론, 현지 작업자의 숙련도까지 고려한다면 수익성 확보까지 난관이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한 지역에서 다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생산지 분산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낮추고, 시행 시점을 최대한 미루는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정부가 이렇게 시간을 최대한 버는 가운데, 기업들은 어떤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 이번 돌발 상황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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