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11.22 14:00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부터 에너지부 장관과도 잇따른 회동
美, AI 수요 증폭에 초고압변압기 절실…효성 입김 확대 전망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효성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효성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 변압기 시장을 주름잡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리더십의 원동력이 된 미국 내 화려한 인맥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변압기 초격차 기술을 앞세워 역으로 미국 정·재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르면 이달 말 미국 현지에서 효성중공업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증설을 공식 발표하고 기공식을 치를 예정이다.

행사에는 테네시 주지사와 멤피스 시장 등 지역 정치인은 물론 미국 에너지부(DOE) 또는 상무부(DOC)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기여를 강조하는 내용의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지난 18일 멤피스 공장에 23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키로 결정한 바 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제공=효성그룹)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제공=효성그룹)

조 회장은 멤피스 공장이 위치한 테네시주 핵심 정치인들과의 교류가 매우 긴밀하다. 대표적으로 빌 해거티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일본 대사를 지내는 등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해거티 의원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관련된 이슈 발생 시 직접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하는 등 효성의 투자가 미국 국익에 부합함을 의회 차원에서 보장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조 회장은 그동안 해거티 상원의원과 여러 차례 면담을 실시, 멤피스 공장에 대한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조 회장에 멤피스 공장을 북미 전력산업의 핵심 기지로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단순 기업 투자 유치를 넘어 주 정부 차원에서 효성중공업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조 회장은 ‘스타게이트(Stargate)’ 등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까지 제안받은 바 있다. 효성그룹이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미국의 국가적인 에너지 안보 및 인프라 현대화 계획에 전략적 파트너로서 초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조 회장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등 글로벌 에너지 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인사들과 잇따른 회동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 회장이 미국에서 황금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배경에는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 기술력이 있다. 효성중공업은 기술적 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765kV 초고압 변압기 부문 독보적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효성중공업이 공급하고 있을 정도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 및 생산 가능한 시설이다. 더욱이 미국 변압기 시장은 오는 2034년까지 25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으로는 7.7%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AI 추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AI 산업 밀어주기 행보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조 회장이 최근 멤피스 공장 추가 증설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제공=효성그룹)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제공=효성그룹)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너무 리스크가 크다’라는 내부 반대에도 “미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핵심”이라며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과감하게 인수했다. 당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의 자국 생산 우대 정책이 강화되기 훨씬 전이었다. 조 회장은 미국 내 생산거점 마련이 추후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 생각은 결국 적중했다.

미국은 설치된 전력 인프라의 상당수가 30~50년 이상 노후화돼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 중이다. 또한 AI와 데이터 센터,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이유로 전력망에 더 높은 부하를 걸게 되면 초고압변압기 수요는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다.

이후 조 회장은 단순히 변압기 등 설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효전력보상장치(STATCOM) 등 전력망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변신도 강조했다. 고도화된 미국 전력망 수요에 정확히 부합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미국 내 네트워크가 워낙 광범위하기에 멤피스 공장 건 외에도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 미국 주요 전력 유틸리티 CEO 또는 이사회 멤버와 대규모 수주와 정부 정책 협력을 위한 면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초 개최 예정인 북미 최대 규모 전력 송배전 및 스마트 그리드 관련 ‘DistribuTECH International’ 컨퍼런스에도 초청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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