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4.16 14:38

출마 시 친한계·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의 '정치 공세' 견뎌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4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4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른바 '한덕수 차출론'이 하루가 멀다하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작 한 대행 스스로는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아 해석이 분분한 모습이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국 발 통상전쟁이 요동치고 있다"며 "통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네트워크 등을 십분 활용해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언급한 '마지막 소명'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선출마 여부가 정반대로 해석된다. '마지막 소명'을 한 대행 자신이 대선에 출마해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잘 수행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언급이다.

전후 맥락을 보면 '대선 불출마'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단언한 것이 아닌 상황인데다,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계(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종용하는 흐름도 만만찮아서 한 대행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가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선 본선 경쟁력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오랜 세월 다져진 한 대행의 행정경험과 보수우파 진영 및 진보진영 사이를 누비면서도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행보로 중도층 및 무당층에게 장점으로 어필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현 시국에선 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호남지역 일각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싫은 데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는 층에게 '호남 출신의 한덕수가 있지 않느냐. 국민 통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경우 정치적 파괴력은 적잖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한 결과에서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대행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재명(48.8%), 김문수(10.9%)에 이어 8.6%로 3위에 올랐다.

이는 같은 조사의 한동훈 전 대표 6.2%, 홍준표 전 대구시장 5.2%에 비해서도 높은 지지율이다. 이 같은 점이 한 대행의 강점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지표라는 지적이 적잖다. 그러니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대선이 결국 1대 1구도로 재편된다면 만만찮은 상대가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선 '한덕수 차출론'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고, 민주당 등에선 한덕수 대행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그 강도도 점차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마디로 정치권 전반이 한덕수 대행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한덕수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핵심 변수로 작동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한 대행의 출마 여부 결심이다.

이에 대해 친민주당계의 한 인사는 16일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살아오지 않았던 인물이 정치의 핵심 중의 핵심인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모두 과거사부터 현재까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게 선거판인데 그걸 행정관료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견뎌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 그렇고, 본질적으로는 진흙탕 같은 선거판 싸움속에서 기라성같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정치경력이 없는 사람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둘째는,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국민의힘 최종 경선 주자와 단일화에 나설지 여부다. 단일화에 나선다면 이른바 '노무현-정몽준 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물론, 이 같은 단일화 추진 여부도 역시 한 대행의 출마 결심이 선결과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김문수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박 의원은 노골적으로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되고 그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이 출마 의사를 밝힐 경우 양자 간의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이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명분으로 '이재명 후보를 이겨야만 대한민국과 국민이 살아갈 수 있다'고 내세웠다. 

한 대행의 앞에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준비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이를 확정짓는다면 국민의힘 친한계(친한동훈계)와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정치적 공세를 견뎌내야 한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이 추종자들을 동원해 사실상 후계자를 낙점하려 하고, 기득권을 수호하고픈 정치인들이 경선을 만지작거린다면 국민과, 당원과, 언론은 용납할까. 무엇보다 이재명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나이 든 윤석열'인 한덕수 대행을 내세워, 윤석열은 복권을 노리고 권성동은 당권을 노리고 한덕수는 팔십(80세)까지 권력을 노리는 조잡하고 허망한 기획"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국민과 나라가 그리 만만하냐"며 "(이런 시나리오는) 윤석열 파면에 이어 결국 국민의힘의 파장을 종칠 것"이라고도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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