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3 16:24
노사 제시안 1150원 차이…인상폭 두고 입장차 여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시한(6월 29일)이 지난 가운데 노사가 막바지 협상을 시작했다. 이르면 오늘 밤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 제시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이다.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에 가까운 소폭 인상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회의에서 4차 수정안까지 제시됐고, 노사간 격차는 1150원으로 좁혀졌다. 노동계는 최초 1만1500원에서 1만1260원으로 줄였고, 경영계는 1만30원에서 1만110원으로 올렸다. 노동계 안은 올해보다 1230원 많고, 경영계는 80원 많다. 여전히 입장 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고물가 국가인 한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라며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차 회의에 맞춰 이날 세종시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사용자 측은 지난 8차 회의까지 고작 80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공익위원들은 방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사실상 동결 위기다. 새 정부가 노동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이상 2026년 적용하는 최저임금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경영계는 소폭 인상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폐업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각종 지표들이 이들의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나타내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 취약계층 일자리 안정에 초점을 맞춰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시급 1만1260원, 12.3% 인상 요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원칙은 공감하나, 그것이 누군가의 폐업과 파산을 전제로 한다면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주가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고용 자체를 파괴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준을 모든 산업에 강요하지 말라"며 "진정 모두를 위한 노동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의 조정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노사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하겠다. 이 과정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5차 수정안을 제시한 뒤 공익위원들이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인상안의 상·하한을 담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이르면 이날 밤이나, 내일 새벽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대한 합의로 이끌기로 한 만큼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 합의로 결정된 적이 없다.
작년의 경우 밤샘 논의 끝에 격차를 900원까지 좁힌 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고, 표결을 거쳐 7월 12일 새벽 결정된 바 있다.
통상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의견은 통일되는 만큼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교수 등 주로 학계인사로 구성된다. 지난 2년간 공익위원의 표심은 사용자 측으로 향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한다.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