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5 16:28

금호동 일대를 또다시 물바다로 만든 상수도관 파열 사고는 광주시의 무책임한 공사 관리가 빚어낸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7월 31일 새벽, 광주 서구 금호동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에서 유출된 약 9000톤의 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광주시가 안전보다 공사 진행에만 급급한 결과이며,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명백한 행정 실패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불과 2년 전에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2023년 6월 같은 금호동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상수도관 파열 사고로 주변 상가들이 침수되었고, 피해 상인들은 1년이 지나서야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광주시가 약속했던 사고 도관 보강 조치, 정기 합동점검, 도시철도구간 상수도시설 주변 작업 시 사전협의 및 입회요청 등의 재발방지대책은 허울뿐이었으며, 결국 예견된 참사가 반복되고 말았다.
광주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상수도 파손 사고는 총 35건에 달한다. 이는 연평균 7건이 넘는 수치로,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사전 안전 점검 부실과 관리 체계 미비가 초래한 명백한 인재임을 보여준다.
공사로 인한 피해는 상수도 파열에 그치지 않는다.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시작된 지 7년째를 맞은 현재, 시민들의 불편과 피해 민원은 2500건이 넘었다. 차량 파손이나 건물 균열 등의 피해를 신고해도 광주시가 아닌 시공사에 보상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 건물 균열·기울임 등 피해 보상 민원 29건 중 대부분이 '기준치 미달'을 이유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원인 관계를 입증한 2건만 보상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주광역시 감사관실의 상수도사업본부 2025년 종합감사 결과, 상수도사업본부가 계약과 유지관리 업무에서 증빙자료 미제출, 계약 내용 불이행, 유지관리업무 부실, 수도계량기 재검정 및 교체 지연 등 여러 업무에서 전반적인 관리 부실이 확인되어 예산 환수와 기관 경고 조치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상수도사업본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시가 추진하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전반의 관리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광주시의 안전관리계획서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광주CBS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모든 공사 구간의 안전관리계획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교통안전 관련 대책이 없거나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공구 시공사는 교통량을 조사해 교통흐름을 분석한 뒤 관련 대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통량 조사는 하지 않았으며, 안전관리계획서를 공구별로 점검하다 보니 안전 대책 수준은 제각각이었고 광주시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태였다.
해외 사례를 보면 더욱 비교된다. 영국 교통청(TfL)은 런던 지하철 확장 공사 시 '제로 해름(Zero Harm)' 정책을 도입하여 사전 위험 평가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으며, 독일 베를린은 지하철 공사 시 독립적인 제3자 안전진단 기관의 상시 감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 사례를 광주시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도입해야 한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2045년 탄소중립도시 실현을 위한 핵심 기반이자 광주 전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대동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면, 이는 결코 성공적인 사업이라 할 수 없다. 무고한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사업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사업의 성과보다 우선되어야 할 절대적인 가치는 바로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이다.
광주시는 더 이상 변명과 임시방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민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신속히 마련하고, 사전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제3자 안전진단 체계를 도입하고 공사 현황과 위험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여 시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광주시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사 관리 체계로 전면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안형주 광주서구사회도시위원장·서구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