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11.17 19:06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대대적인 생산라인 투자 경쟁에 나섰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12단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HBM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내후년까지 반도체 활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 공사 추진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16일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P5 라인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같은 날 SK그룹도 2028년까지 128조원 국내 투자를 단행하고, 장기적으로 최대 600조원을 투자한다는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정부와 공동으로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부품(소부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트리니티 팹'을 구축하고 있으며,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이를 통해 HBM 생산 능력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P5 라인 신축에 대해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다고 해서 '보물상자'처럼 우리가 곧바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며 "범용 D램 가격 증가 등 전반적인 시황을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들어 HBM은 물론 범용 D램까지 공급이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범용 D램 가격은 올 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 DDR5 16GB 시중가도 연초 8만원대에서 현재는 2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내후년까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대전' 부스에 실물로 전시된 HBM4와 HBM3E. (사진=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대전' 부스에 실물로 전시된 HBM4와 HBM3E. (사진=채윤정 기자)

평택에 있는 공장은 80만평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잠실 시그니엘 롯데타워가 3~4개 들어갈 수 있는 공장이다. 이 가운데 P5 라인은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의 초대형 복합 팹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P5 공사를 중단했다가 이번에 재개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평택 부동산을 중심으로 P5 라인 공사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일 뿐, 공식 발표는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P5 라인의 사용 목적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P5라인이 HBM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생산 캐파가 SK하이닉스의 1.5배 정도인데, P5 라인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은 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P5 라인에 대해 이달 말까지 기초 공사에 착수하고, 내달 중순에는 터파기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설 완료 전, 관련 장비의 공급 업체를 선정해 시설 투자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생산라인 건립 속도를 앞당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초 청주 M15X는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말 클린 룸을 조기 오픈했다"며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이보다 더 빨리 오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M15X 팹 24개가 들어가는 대규모 시설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개최된 'AI 서밋'에서 "용인에 짓는 클러스터는 커다란 팹이 4개 들어간다"며 "한 팹당 청주와 같은 팹이 6개 들어간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국내 생산능력 확대에 대해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동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잦았다"면서 "용인 클러스터의 빠른 램프업으로 HBM 공급 능력이 확충될 것이다. M15에서 HBM을 위한 D램을 생산하며, 후공정 과정을 거쳐 HBM을 조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AI 산업 활성화로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급속하게 늘리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메모리·HBM·저사양 D램·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특히 HBM과 파운드리 분야는 미리 준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HBM 선두인 SK하이닉스는 확실한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범용 D램 가격이 비싸진 만큼, 이럴 때 많이 만들어 빨리 판매해야 한다. 또한 HBM 역시 D램으로 만들어 후공정 작업을 거치는 만큼 다르지 않다"면서 "향후 반도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시설 확대에 빠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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