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8 20:0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전 세계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호실적 발표를 통해 상황을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19일(우리시간 20일 오전 6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549억달러(약 80조3790억원), 주당 순익 1.25달러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폭증에 기반한 것으로 '깜짝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 카소 울프리서치 분석가는 “엔비디아는 예상치 보다 높은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데이터센터 매출의 경우 기존 예상치보다 600억달러(약 87조원) 이상 많아질 수 있다"면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는 AI 거품론의 진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 거품론 등으로 악영향을 받으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17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1.88% 하락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과거 실적을 돌이켜 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데 제한적인 양상을 보인다. 1주당 이익은 시장 예상 평균을 웃돌았음에도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엔비디아가 수요 둔화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면 ‘컴퓨팅 수요가 강한 것은 알지만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칩을 구매하는 데 따른 투자수익률(ROI)은 무엇이냐’라는 의문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909개 헤지펀드의 13F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심리는 정확히 양분돼 있다”며 “161개 펀드는 보유 지분을 늘렸고, 160개 펀드는 줄였다”라고 보도했다.

◆투자기관들 "GPU 가치, 부풀려졌다"
엔비디아에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여러 투자기관이 '데이터센터에 도입된 GPU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면서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말 2년 만에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AI와 기술 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해 화제가 됐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버리는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엔비디아 칩과 서버를 2~3년 주기로, 대규모로 구매하면서 컴퓨터 장비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리고 있다"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 반도체가 쉬지 않고 가동해 실제 수명은 2~3년에 불과한 데도 회계 장부상 5~6년으로 기간을 잡아 비용을 축소하고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현대 회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기 수법 중 하나"라며 "추정에 따르면 그들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1760억달러 감가상각을 과소 계상해 보고 수익을 인위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리는 자신의 엑스를 통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미래에 정해놓은 가격으로 특정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다. 그는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줄리앙 가란 매크로스트레티지 파트너십 애널리스트는 "현재 AI 거품의 규모는 닷컴 버블 대비 17배,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 대비 4배"라며 "야후 파이낸스는 올해 AI 관련 연간 투자액이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미국과 EU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7%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체발레스트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 연구원 역시 "S&P500 수익률의 75%가 AI 관련 주식에서 발생된다"며 "자본 지출 증가의 90%도 AI 투자에 집중한다. 또 올해 상반기 미국 GPU 성장의 1.1%를 AI 관련 자본 지출이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AI 집중 현상을 우려했다.
또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금의 AI 투자는 일종의 산업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등, 미국 내 주요 CEO들도 거품론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반론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월 리포트를 통해 "AI 투자 규모는 오히려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의 AI 관련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철도 혁명기 약 5%, 전기화 시기 약 33%와 비교하면 초입 단계"라며 "투자금이 아무리 커 보여도 역사적 관점에서는 시동기에 가깝다. 향후 10년간 AI 투자는 GDP의 3~4%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려 커지지만…반도체 호실적, 내년에도 이어질 듯
이런 가운데, 빅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페이팔 창업자로 잘 알려진 피터 틸이 이끄는 헤지펀드 틸 매크로는 13F 보고서를 통해 지난 3분기 엔비디아 지분 53만7742주 전량을 1억달러(약 1462억 3000만원) 수준에 처분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이는 빅 투자자들이 AI 투자에서 물러서는 움직임 중 하나"라며 "틸의 지분 매각은 엔비디아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든 AI 열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달 58억3000만달러(약 8조52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손정의 스포트뱅크 회장 역시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하자 보유한 주식을 전부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황 CEO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GTC)에서 "내년까지 500억달러(732조원) 주문을 미리 확보했다"고 밝혀 자신감을 보였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그로스 마진) 3분기 전망치는 73%인데 이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지난 분기에 72.4%의 그로스 마진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가 다음 분기 가이던스로 614억달러(약 89조8957억원)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엔비디아의 내년 매출이 2870억달러(약 420조196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GPU 독주 체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엔비디아의 GPU 기반 병렬 컴퓨팅 플랫폼인 '쿠다'가 AI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몇 년 지나면 또 다른 AI용 전용 가속기나 프로세서가 나올 수 있겠지만, 현재의 엔비디아 독주 구도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