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0 18:12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엔비디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대두됐던 'AI 거품론'을 잠재웠다.
국내 인공지능(AI) 관련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이 AI 버블론을 잠재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AI 거품론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분위기다. 코스피도 4004.85로 마감해 4000선을 회복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실적 발표가 AI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3분기(8~10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19억1000만달러(약 46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다.
이는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으로, 증권가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증권가는 엔비디아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한 549억달러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며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고 과시했다. 이어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새 모델 개발사,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AI는 모든 곳에 침투해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AI 업계 및 전문가들도 이는 'AI로 가는 방향성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AI 시장은 향후 더 커질 것이라며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투자 심리도 더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왜 거품론이 제기됐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엔비디아는 최상의 실적을 내놓았다. 당분간 AI를 위해 GPU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엔비디아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면서 "내년에는 응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더 수요가 늘어난다. 엔비디아 성장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들은 일제히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월가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술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칩, 기반시설에 너무 많은 돈을 쓰면서 단기적으로 투자금 회수 우려가 커졌고, 투자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빅테크 주식을 팔았다"며 "이번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안겨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실적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 중인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할 수요를 훨씬 앞지르는 과도한 기업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며 "엔비디아의 실적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다른 기술 기업들의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 지표가 됐다"고 전했다.
CNBC는 "황 CEO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AI 산업 전체의 판매 동향, 수주 계약,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 등을 누구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AI 산업의 총합은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AI 거품론을 완전히 잠재운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스티펠의 루벤 로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AI에 대한 기업의 지출 증가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이번에 놀랄 만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사 칩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업에 판 뒤, 다시 빌려 쓰는 방식으로 회계상 이익을 부풀린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엔비디아 등 AI 관련 주식 가치가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일에 다니엘 핀토 JP모건 부회장은 "AI 가치는 재평가돼야 한다"며 AI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