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1 16:52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이 국가 안보와 경제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만큼 한국이 미중 양강 구도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형 소버린 AI 국가전략의 모색' 보고서를 발간했다.
윤정현 INSS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소버린 AI 담론이 주로 전통적 주권 개념의 특징이 강하게 반영돼 왔으며, AI 중견국으로서의 현실적 제약과 기회, 한국 생태계의 특수성 등에 대한 복합적 고려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AI를 국가가 외부 영향 없이 반드시 독립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대상으로 변질시킬 경우 영토적 관할권 논의에 매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이 AI 공급망 주요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 국가전략과 규범외교를 수행할 수 있는 소수의 AI 중견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 주요 중견국들이 '선택과 집중' 또는 '제한된 연대' 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AI 하드웨어부터 데이터, 모델, 규범 전반에 걸쳐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특화형 풀스택'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형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으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목표 설정 및 자원 재분배 ▲기초 연산 자원 확보와 전후방 인프라 운용체계 강화 ▲AI 정책 실행역량 제고 및 인적자본 강화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위한 다자외교와 규범 선도 등을 제시했다.
특히 GPU를 단순 분배하는 것을 넘어 국가안보 분야 및 언어·문화·산업 특화 모델 개발에 우선 할당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첨단 GPU 확보 노력과 함께 한국의 강점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설계 및 제조 경쟁력의 초격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 구도와 AI 복합안보 시대에 능동적인 AI 중견국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며 "단순한 국가 수준의 소버린 AI 추구를 넘어 기술-환경-개발 의제를 연계한 AI 다자외교와 규범 논의를 주도해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위한 책 임있는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인프라의 환경 문제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 문제 완화 의제가 한국과 같은 기술적·규범적 우위 역량을 갖춘 AI 중견국이 선점할 수 있는 공략 포인트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