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9.25 08:45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메인디쉬(Main dish)'가 '에피타이저(appetizer)'보다 맛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6·27 부동산 대출규제는 에피타이저였다. 후속이자 메인디쉬인 9·7 공급대책이 발표됐는데, 이후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사실상 6·27 대출규제의 심리적 효과는 이미 소멸했다고 봐야 하고, 9.7 공급대책은 진면목을 보이기도 전에 실효성 없다는 낙인이 찍혔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논할 필요도 없이 마포·성동·강동구 등부터 신축아파트 거래가 이달부터 활발해지면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해당 집값은 한참 전부터 움직였지만, 9·7 대책은 전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6·27 대출규제는 즉각적으로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체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9.7 공급대책은 135만호 착공이라는 큰 숫자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수요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3기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빠른 공급이 어렵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반대로 해석하면 공공택지가 많은 경기도와 인천은 현재도, 앞으로도 집값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공공택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은 공급물량을 제대로 채울 수 없다. 이같은 시장의 불안에 정부가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한 것이다.

공급대책이라는 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 어렵다면 차라리 서리풀지구 2만세대 반값 아파트 공급 같은 이벤트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은 것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그리고 대출규제 등 수요억제 정책 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도 조만간 서울 마포·성동·강동·동작·광진 등 한강벨트와 경기도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구(판교·분당)은 규제지역 지정이 유력하다.

집값이 다시 반등하는데 가만히 있을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당분간 좀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매를 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문제는 매를 맞을 때는 잠시 움츠러들지만, 심리 효과가 사라지고 내성이 생기면 억제의 효과는 사라진다. 지난 2017년부터 규제지역에 지정되고 2020년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와 용산구가 그 예다. 거래량은 줄어들 수 있어도 계속 신고가이다.

규제를 풀면 급등하고 안 풀어도 오른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한강벨트 지역을 규제하면 몇 달은 상승률 둔화, 거래량 감소의 효과를 보겠지만 몇 달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더 견고한 성이 된다.

대출규제 같은 수요억제만으로는 ‘똘똘한 한 채’로 야기되는 양극화를 막지 못한다. 공급은 꾸준히 하되,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하고 종부세 점진적 인상과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통해 시장에 매물을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부자감세 논란을 극복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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