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1.16 16:27
[특별 기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어려운 한국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9.11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이번 파리 테러는 국제정치는 물론, 글로벌 경제마저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민들의 공포와 경제주체들의 불안이 겹쳐, 당분간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바로 유럽 경제 상황이다. 유로존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쳤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를 기록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유럽 경제의 심장부인 파리가 전대미문의 테러를 당한 상황이어서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조4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해 온 유럽중앙은행(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으나, 어려운 경제 전망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럽의 이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제에도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유럽 수출 비중은 8~9%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 바로 EU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물량 중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이미 성장률 둔화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국이, 유럽 시장의 냉각으로 수출에 불황이 드리워지면 그 여파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수출액이 지난해 10월 대비 15.8%나 줄어들어 수출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이번 파리 테러는 '유럽-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변수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과 유럽이 연대해 IS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작전을 펼 경우,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증대되고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에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의 경제 개방 등 해빙 무드로 기업의 중동 진출이 재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 파리 테러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중동 국가로의 건설·원전·플랜트 수출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은 우리 경제에 약간의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확실시 됐던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은 이번 테러 사건으로 당분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그로 인해 한국의 금리 인상 압박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자연스럽게 고려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