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3 14:18
(그래프제공=중소벤치기업부)
(그래프제공=중소벤치기업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 수출의 약점은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품목과 중국, 미국 등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 품목과 대상국이 편중되다보니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라 등락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무역환경 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품목과 수출 중소기업 숫자를 늘려나가면서 무역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소기업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어든 558억달러로 기록했다고 중소벤처기업부가 3일 밝혔다. 글로벌 제조업 부진 여파로 합성수지와 플라스틱 제품이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21.5%, 10.8% 줄어드는 등 중국, 미국, 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엔데믹에 따라 진단키트 수출이 63.7%(19.4억달러) 급감한 영향도 컸다. 역기저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수출전선에서 분투했다. 올해 상반기 국가 전체 수출액이 3072억달러로 전년 동기(3505억달러)대비 12.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특히 대기업와 중견기업의 수출감소폭이 13.8%에 달한 점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중소기업의 저력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의 2분기 수출 감소폭은 3.0%로 1분기(-7.9%)보다 완화됐다. 조업일수 효과를 배제할 경우 2분기 감소폭은 0.8%로 1분기(-11.4%)보다 크게 개선됐다. 향후 수출 신장이 기대되는 근거다.

(인포그래픽=중소밴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인포그래픽=중소밴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무엇보다 수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수가 7만6,310개사로 지난해(7만3,777개사)보다 3.4% 가량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수출 저변이 확대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내수기업 중에서 신규 수출기업 수는 2만965개사로 13.5% 늘어난 반면 수출 중단기업 수는 8.2%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국가 수출이 작년 10월부터 10개월째 감소하는 가운데 올린 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래프제공=중소벤처기업부)
(그래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월별로 보면 중소기업 수출액은 지난해 6월 95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4% 줄어든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89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4.3% 줄었다. 지난 1월(80억달러)에 17.1%까지 감소한 이후  2월 3.3% 반짝 증가한뒤 3월 9.1%, 4월 6%, 5월 5.7% 등으로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데 이어 6월 수출액은 98억달러로 3.1%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중기 수출이 선방한 덕분에 올 상반기 전체 수출에서 중기 비중은 18.2%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16.9%)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총수출 199개(MTI 3단위 기준) 품목 중 100개 품목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확대된 것도 시선을 끈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에서 중소기업 기여도는 62%로 작년 상반기(55%)보다 7%포인트 올랐고 반도체제조용장비와 전자응용기기도 각각 51%, 5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p,1%p 상승했다.

2023년 상반기 수출액 상위 10대 품목(억달러, %)  (표제공=중소벤처기업부)
2023년 상반기 수출액 상위 10대 품목(억달러, %)  (표제공=중소벤처기업부)

품목별로는 역대 반기 실적 최초로 20억달러를 돌파한 자동차의 선전이 눈부셨다. 자동차 수출은 25.3억달러로 작년 상반기(11.3억달러)보다 124.6% 급증했다. 주요 수출대상국에서 한국산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덕분이다. 품목별 수출 순위에서 작년 상반기 13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수출은 4.3억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1426.6% 급증했다. 무려 15배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 수출도 5.2억달러로 228.3% 늘어났다. 

'K-뷰티'를 이끄는 화장품도 역대 상반기 1위 실적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25.6억달러로 작년 상반기(22.6억달러)보다 13.0% 늘어나며 수출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 수출은 16.6% 줄었지만 상위 20대 국가 중 17개국에서 플러스 성장한 덕분이었다.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수출이 각각 218.6%, 101.4% 늘었다. 

(표제공=중소벤처기업부)
(표제공=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별로 보면 수출 1~4위 국가인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에서 모두 감소했다. 중국 수출은 97억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13.2% 줄었다. 리오프닝 효과 지연으로 제조업 경제 부진이 지속된데다 중간재 자립 정책 여파로 반도체제조용장비, 화장품, 합성수지가 각각 19.1%, 16.6%, 26.2% 줄어든 여파가 컸다.

반면 수출 5위인 러시아와 수출 7위인 멕시코에서는 역대 상반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러시아에 대한 운반하역기계 수출은 268.4% 늘어났다.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살상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고수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멕시코 역시 자동차부품 수출이 77.8% 늘어나며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화장품이 잘 팔리면서 유럽과 중동에서도 각각 11.4%, 5.6% 수출이 증가하는 등 수출국이 다변화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인포그래픽=중소밴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인포그래픽=중소밴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온라인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10.8% 증가한 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국내 온라인 총수출액의 76.4%에 달했다. 코로나19이후 전자상거래 수출신고금액은 2020년 145.8% 늘어난뒤 2021년(89.3%), 2022년(3.6%)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일본(화장품), 중국(음반)이 78%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으로 아이돌 굿즈(+5687%)와 키르기스스탄으로 화장품(+226%) 수출이 급증했다. 틈새 아이디어 상품 수출로 능히 돈을 벌 수 있음도 확인됐다. 

중기부는 연말까지 수출 증가를 독려하기 위해 ▲정책자금 지원횟수 제한 한시적 유예 ▲융자·보증 및 연구개발 우대 지원 ▲중동·미국·유럽 등 전략시장 거점 확충 및 대규모 수출전시회 지원 ▲해외규격인증 획득 부담 완화 시행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수출현장에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수출 순위는 작년 6위에서 올해 1분기 8위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반도체, SSD,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T 수출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구나 중국은 최대 무역흑자국에서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돌변했다. 

다행히 하반기 수출은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폭이 둔화될 전망이다. 상반기 수출 효자였던 자동차는 친환경차 대기수요가 해소된데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구매력 하락으로 향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반도체 수출은 빨라야 4분기부터 글로벌 수요와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실정이다. 앞으로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수소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상품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크다.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수출 증가는 내년부터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내 수출을 조기 회복시키려면 금리와 인건비, 원자재에서 발생한 비용 인상 부담부터 줄여주는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융자상품을 확대하고 원·부자재 구매와 수출대금 수취 기간 사이 자금 공백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도 요구된다.

(인포그래픽=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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