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1 14:03
지난 9월 14일(현지 시간) 용인시 중소기업 6곳이 참가한 시장개척단이 미국 LA에서 수출상담회를  갖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용인시)
지난 9월 14일(현지 시간) 용인시 중소기업 6곳이 참가한 시장개척단이 미국 LA에서 수출상담회를  갖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용인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12개월 동안 줄곳 감소 중인 수출이 빠르면 10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까지 터지면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마당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에서 탈출할 경우 제조업 가동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일자리 전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이달 수출이 최종적으로 작년 10월보다 늘어난다면 상품수지 흑자 행진은 6개월째 이어지고 경상수지 연속 흑자 기간도 5개월로 늘어난다. 외화 순유입이 증가하면 미국보다 무려 2%포인트 낮은 한국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고금리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한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린다면 경기가 둔화 국면에서 회복되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7%(-2억달러)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이달 상순 일평균수출액은 25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2년부터 2023년 9월꺼지 수출입 및 무역수지 현황. (표제공=관세청)
2022년부터 2023년 9월꺼지 수출입 및 무역수지 현황. (표제공=관세청)

지난 9월 일평균 수출액은 26억달러로 작년 9월(26.6억달러)보다 2.1% 줄어든 바 있다. 10월말까지 일평균 수출액이 26억달러 중후반대를 기록한다면 바로 이달부터 수출이 반등할 수 있다. 작년 10월 수출액이 524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던 만큼 지난 9월 수출액(546억6000만달러)보다 다소 많이 수출하면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는 기저효과까지 감안해 늦어도 11월부터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경상수지 개선의 일등 공신이 본원소득수지라는 점은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번 소득과의 차액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238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1월~8월(110억6000만달러)에 비해 무려 128억2000만달러 늘어났다. 해외 법인에서 받은 배당금과 이자, 해외 주식 배당금, 채권 이자 등이 급증한 덕분이다. 해외에 부를 쌓아놓은 일본 모델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상품수지 흑자폭이 급감하고 서비스수지 적자는 크게 늘어나면서 1~8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09억8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36억6000만달러)의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본원소득수지의 안정적 흑자가 없었다면 경상수지가 자칫 적자로 돌아설 뻔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이 대만으로 수출할 '광천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 물류센터 직원이 대만으로 수출할 '광천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이달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중국 단체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방한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반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70억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초강세 시대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만 비기축통화인 원화 가치는 안정적 흐름을 탈 수 있다. 

대형 제조기업의 선전도 반가운 소식이다. 3분기 영업이익 9967억원을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2조4000억원 영업이익이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완만한 반등곡선을 그린 것도 고무적이다. 증권가의 예상대로 올해 4분기 중 D램과 낸드 가격이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반등이 이뤄진다면 향후 수출 증가세는 보다 확연해질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수출시장 점율율은 2017년 3.23%, 2019년 2.85%에서 올 상반기에는 2.59%로 하락했다. 1999년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얘기다. 반도체 가격 급락의 충격이 그만큼 컸고 반도체 의존도 역시 높았음을 뜻한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무협은 ▲정부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별 기업의 단독수행이 어려운 분야를 제외하고 현금지원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원 전환 ▲산업기술 출연연구소는 독일 프라운호퍼의 출연금 배분방식에 따라 기업 과제 유치 ▲좀비 기업연구소의 구조조정 ▲대기업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 제고로 대·중소기업 간 세제 지원 격차 줄이기 등을 제안한 바 있다.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선 100에 밑도는 90.2로 발표됐다. 수출 경기가 3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의미다. 유가 상승과 고금리 속에서 원가는 오르고 수요는 줄어든 상태다. 이러다보니 수출기업의 상당수는 바이어로부터 단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가려면 무역금융 강화와 수출 바우처 확대 등을 통해 최소한의 채산성을 확보할 있도록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짜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을 공고히 하려면 첨단기술에 바탕으로 둔 가치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술패권시대를 맞아 민간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민간이 공공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면 정부가 매칭펀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에 대해선 세액 공제를 더 늘려주는 등 R&D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가는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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