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08.06 11:53
복잡한 순환출자, 황제경영 단초 제공
(서울=뉴스웍스) 한동수 기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베일에 가려져있던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속속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노회한 아버지 뒤를 이어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형제간의 싸움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벌 개혁의 또 다른 필요성을 대두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5대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인 롯데그룹은 지난달 27일 긴급이사회 소집없이 총괄회장의 지시만으로 등기이사와 고위 임원진을 해임했다. 아흔이 넘은 오너는 당시 손가락으로 신동빈 회장과 6명의 임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해임을 지시했다. 그룹 오너의 '손가락 경영'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처럼 그룹 오너가 법적 절차와 무관한 황제식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일 롯데 그룹의 지분구조를 종합하면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 롯데그룹 최상위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호텔 롯데 지분을 단 한주도 가지고 있지않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그룹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순환출자 구조때문이다. 호텔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이 회사사는 일본의 포장업체 광윤사가 지배하고 있다. 광윤사는 신씨일가가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지분 구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한국을 넘어 일본 롯데까지 넓혀야 지배구조를 알수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 롯데그룹(37개법인)은 단 한개의 법인도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복잡한 순환출자 관계로 얽히고 설켜 있어 계열사의 주식을 다수의 계열사가 보유하는 형태로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80개 국내 계열사는 총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형태로 돼 있다.
현재 호텔롯데는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다. 또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손해보험(27.72%), 롯데캐피탈(26.60%), 롯데알미늄(12.99%)의 최대주주다.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이다.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면 지분 구조가 워낙 복잡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분 구조상으로는 정리가 안돼다 보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차남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내 사장단과 노조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승기를 잡는 듯 보이지만, 베일에 가려진 신씨 일가의 그룹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백기를 들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갈등을 빚는 롯데그룹의 분쟁 해소 방안으로 계열분리가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롯데홀딩스만 차지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거느릴 수 있어 계열분리는 가족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해외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롯데그룹은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본 주주 등에 대한 관련 자료를 2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며 "이에 성실하게 준비해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