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0.26 08:49
[교육백년, 길을 묻다]
| 대한민국은 교육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발전해 온 나라다.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 양적 성장의 한계를 넘어 질적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와 획일화를 혁신해 자율과 다양성이 넘치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뉴스웍스는 ‘교육백년, 길을 묻다’를 주제로 우리 교육의 공과와 미래발전 전략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교육현안이나 국가적 교육의제를 폭넓게 진단하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교육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어 '교육백년'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1-①. 학제(學制), 이대로 좋은가

최근 학제개편이 화두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지난 21일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의 하나로 현행 '6-3-3-4'를 골간으로 하는 학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제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로 낮아질 전망이다.
또한 당정은 대학도 전공분야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현재 4년에서 1년 정도 단축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 틀에 갇혀 있으면 더이상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 극복이 어렵다"며 "처음부터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정책위의장은 청년들의 늦은 사회진출이 늦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저출산을 심화시킨다고 보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학제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초·중·고와 대학 전반의 학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고 교육과정도 모두 재배치해야 하는 초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교육부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했고, 학제 개편의 실제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날 학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에 대해 “초·중·고등학교의 재배치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를 바꿔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신중한 정책 연구를 통해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정도 장기 추진과제로 삼았지만, 학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이번 안은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정책 연구를 신중하게 해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같은 방안이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됐음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슈퍼맨도 못할 일을 정부가 꺼내들었다"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종속시킨다. 사회적 합의조차 거칠 생각도 없고 오로지 그때 그때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순간적 방편을 동원한다"며 "교육에 대한 철학 부재"라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취학 연령을 낮춰 입직 연령이 낮아지면 결혼 및 출산 연령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란 말인가”라면서 “국가와 사회가 져야할 저출산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못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취업하기 쉬운 고용환경,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부의 적극적인 보육․교육정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입직연령을 제 아무리 낮춰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모자라는 지방재정 교부금을 꼼수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분노가 일어난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학제개편의 필요성이 있어도 교육적 고려 없이 저출산, 취업, 고령화 대책 등과 관련해 학제개편을 추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학제개편 필요성은 정권과 관계없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제개편과 관련, "지금까지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경제부처나 정치권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교육적 고려와 함께 사회적 합의과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제개편 논란과 관련, 정부와 새누리당은 교육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제개편을 저출산, 취업, 고령화의 하위 개념으로 다뤄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정권과 관계 없이 학제개편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교육백년을 다시 설계하는 차원에서 국가적 문제로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