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4.22 11:45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다시금 거세게 불붙은 성별 갈등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군 복무와 관련해 '여성 징병'에 이어 '소년병 징집' 청원까지 제기됐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징병 대신에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현역 입영 자원이 부족하면 여성 대신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징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 정도 연령의 남성이면 충분히 현역병으로 복무가 가능하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며 "6.25 당시 학도병은 현재 남학생들보다 발육과 영양상태가 나빴음에도 충분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는데 현재의 남학생은 왜 못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종 가부장적 악습과 유리천장, 높은 여성 대상 범죄율, 출산 강요, 저임금으로 인해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미 지옥 그 자체인데 이젠 군역의 의무마저 지우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라며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인가. 저희는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국민청원은 22일 오전 11시 기준 38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은 최근 정치권 등에서 여성징병 문제가 비교적 진지하게 거론되고, 여성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종전보다 많은 동의를 얻으면서 그에 대한 반발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징병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현재 18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를 해 정부 공식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병제·남녀평등복무제 전환 등 여성의 사병 입대 문제도 과거보다 사뭇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현역 장병들에 대한 처우가 극히 열악하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최근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에서 군 복무 경력 승진 자격 요건에서 제외하는 인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성들의 불만도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소년병 징집을 요구하는 해당 청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국제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소년병의 징집은 불법이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2002.2.)에 따르면 당사국은 18세 미만 청소년·아동이 자국 군대에 징집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청원인이 주장한 6.25 전쟁 당시 학도병의 경우에는 청소년·아동을 징집할 법적 근거가 없지만, 동시에 징집할 수 없다는 근거도 없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현재 국제법을 비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당장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소년병 징집은 불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