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5.05 07:1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목숨 걸고 탈출했는데 루프스병도 이겨내 시청자들 뵙겠다"

최근 '얼굴 좀 봅시다'로 활동하고 있는 노수현 가수를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서 인터뷰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근 '얼굴 좀 봅시다'로 활동하고 있는 노수현 가수를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서 인터뷰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노수현 가수는 최근 '얼굴 좀 봅시다'로 활동하고 있다. 고향은 함경남도 함흥이다. 북한에서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온 지 10년 정도 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인 '노수현TV'를 운영하고 있다. 

노수현 가수는 2017년 3월 7일에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관객석 700석을 채운 채 음반발표를 하면서 데뷔했다. 제1집 음반인 '니꺼야'라는 자신의 곡을 선보이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수로서 출발했다. 탈북해서 자신의 음반까지 내면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략 10여명 정도인 점으로 보면 탈북 여가수는 희귀한 셈이다. 노수현 가수를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가수로서 자신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내가 지향하는 가수는 '효녀가수'다. 내가 어르신들을 상당히 좋아하고 장애인 협회 행사와 요양원에서의 행사도 많이 해봤지만 내가 공연을 할 때는 그분들을 모두 다 안아드린다. 그 이유는 장애인과 노인분들에 대한 편견을 벗어 던지는 게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나이 먹어가는데 내가 만약에 저 분들을 박대한다면 내가 나이 먹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박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차려진다. 그래서 더 많이 품고 안아드리게 된다. 장애인들도 마음은 굴뚝같이 뭔가해보고 싶은데 몸의 장애로 인해 그게 어려울 때 참으로 안타깝다. 그분들도 몸에 장애가 있을 뿐 모든 인간의 감정은 다 똑같은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가수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이런 분들께 잘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 효도하는 가수가 되겠다."

노수현 가수가 3일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노수현 가수가 3일 인터뷰 도중에 손을 펼쳐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주로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전국의 어떤 행사 건 간에 가리지 않고 다녔다. 대한민국의 일반 가수들과 다를 바 없다. 라이온스 행사, 송년회 행사, 동창회 행사, 각종 축제 등을 모두 다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설수 있는 무대가 없다보니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상태라서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고 가수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곡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제 노래 1집에는 '니꺼야'라는 곡도 있었지만 지금은 '얼굴 좀 봅시다'와 '맛'이라는 곡을 내놓고 활동하고 있다. '맛'이라는 노래는 지금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이 불려지고 있는 추세다."

-탈북과정에서 대표적 고난이 있었다면.

"탈북은 그 자체로 죽느냐 사느냐하는 과정이었다. 탈북하기 위해 두만강에 뛰어들었다가 경비초소에 걸리게 되면 잠시 구금됐다가 나오게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감옥생활을 할 수도 있고 시범 케이스로 걸리게 되면 총살을 당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자유를 갈망해서 자유를 찾기 위해 탈북을 한 것이다. 내가 이 길을 가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탈북을 한 것이다. 탈북과정에서 동생과 헤어지게됐을 때 서로가 찾지 못해서 보고 싶고 그립고 그랬던 것이 힘든 시간들이었다."

노수현 가수가 둥그런 빨간 모자를 쓰고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노수현 가수가 둥그런 빨간 모자를 쓰고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동생과 헤어지게 된 과정과 다시 상봉하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말해서 탈북 브로커에게 속았다. 브로커가 중국에서 나와 어머니의 직업을 찾아 중국에 정착하게 해준다며 이리저리로 데리고 다녔고, 동생은 다른 곳으로 인신매매로 팔아넘기는 만행을 저질렀고 그런 과정에서 헤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만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동생을 다시 찾게 된 과정은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김현정'이라는 가명으로 2년 반 정도를 출연했는데 첫 방송에서 '동생을 찾는다'고 얘기했다. 그 방송을 중국에 있던 동생의 지인이 보게됐고 그 지인이 한국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나온 언니가 김 씨인데 그녀가 찾는 동생은 노 씨더라고 동생에게 얘기했고 이런 말을 전해들은 동생이 직감적으로 '내 언니가 맞다'고 느끼고 인터넷을 통해 '이제 만나러 갑니다' 측으로 연락해서 찾게됐다.

프로그램 제작진과 함께 동생을 만나러 중국으로 건너갔을 때 그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북받쳤다. '얼마나 컸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선적으로 든 감정은 이미 공중파를 통해서 이미 노출이 된 상태라서 가족의 심정은 그 무엇보다도 동생의 안전이 우려됐다. '혹시라도 중국 현지에서 이 방송을 보고나서 추적이 돼서 동생이 북송되면 어쩌나'라는 생각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

결국, 중국에서 동생을 만났다. 동생을 중국에 두고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라. 그후, 동생이 제주도로 입국했고 제주도에서 재상봉했다. 동생을 다시 제주도에서 만나게되기까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단 하룻밤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노수현 가수가 둥그런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다소 동화적이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노수현 가수가 핑크색 둥그런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다소 동화적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루프스병을 앓게된 것으로 아는데 그 얘기 좀 해달라.

"지금이 발병된지 딱 3년째다. 2017년 3월 7일에 데뷔하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왜 이길을 선택해서 이럴까라는 생각도 했고 많은 좌절감도 느꼈다. 그러다가 2018년 초에 자꾸 몸이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반응이 오더라. 처음에는 별 것 아니겠지라고 하고 넘겼다.

그해 4월에 고양 아람누리에서 '시계바늘'이라는 노래를 내놓은 신유 가수와 함께 콘서트를 했다. 콘서트 이후부터 너무 몸이 안 좋은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5월 1일 TV조선 '모란봉 클럽' 녹화를 하러가던 날 새벽부터 온몸에 진땀이 났다. 그날 4시간의 녹화를 겨우 버티고 하고나서 집에 왔는데 그날 밤에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대형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고 그 이후 몇번의 검사끝에 루프스병에 걸리게 된 것을 알게됐다.

그 이후 몸이 자주 붓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이런 내 상태를 보고 '가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가수를 접어라'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다. 여자 가수는 외모가 중요한데 외모가 망가지고 그래서 더욱더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목숨을 걸고 탈북도 했는데, 이것도 못 이겨내면 도대체 내가 뭘 할수 있겠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열심히 활동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몸도 점점 더 나아지는 게 느껴지더라.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의 주치의도 '많이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트롯기반의 가수가 된 배경이 있나.

"우리 연령대의 가수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어쩌면 트롯이 가장 접근성도 좋고 정서적으로도 맞는다. 하지만 정통 트롯은 소화가 어렵고 세미 트롯이 딱 어울린다. 제가 다니는 행사장이나 노래교실에서 어머님들은 저에게 '제2의 이은미'라고 부른다. 어머니들이 저를 보고 '맨발의 디바', '제2의 이은미'라고 부른다. 지역의 노래교실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때로는 10명 남짓의 어머니들이 계신 곳에서 노래도 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가수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들이 거름이 돼서 흔들리지 않게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노수현 가수가 자신 특유의 긴머리를 한 채 위를 올려다 보고 있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노수현 가수가 특유의 긴머리를 한 채 위를 올려다 보고 있다. (사진제공=노수현 가수)

-이익현 작곡가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들었다.

"송대관 선배님의 '분위기 좋고'라는 노래를 작곡하신 원로 작곡가님이신데 내게는 정말 도움을 많이 주시고 있다. 박일준 선배님, 한서경 선배님 등도 정말 잘해주신다. 최근에는 홍시라는 여가수와 이런 저런 연이 닿아서 서로가 윈윈 관계가 되는 것 같다. 이익현 작곡가 선생님이 저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시는 이유는 '이 정도 건강 상태라면 다른 가수라면 가수활동을 접었을텐데 그래도 그런 고난을 다 이겨내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다'며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뭐든지 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씀이 너무 고맙다."

-소속사가 있나.

"소속사는 없다. 그동안 소속사 제안을 몇번 받았지만 소속사를 잘 만나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볼수도 있어서 소속사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대한민국 사회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분명히 소속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가수는 아직은 혼자하는 게 좋다. 일단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사양하고 있다. 아직 큰 욕심이 없다. 하고 있는 것에 충실하고 싶다.

제가 지병인 루프스병 때문에 어떤 날은 얼굴 상태가 좋고 또 다른 날에는 얼굴 상태가 안 좋고 하다. 그래서 불안정한 건강상태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병을 확실히 이겨내고 항상 일정한 얼굴로 시청자들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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