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7.06 09:19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한 국내 대표 의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고려대 이호왕 명예교수가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이호왕 명예교수는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까지 개발해 국내 신약 1호로 등록한 바이러스 연구의 대가로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린다. 1928년 함경남도 신흥에서 태어난 이 명예교수는 1954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해 미네소타대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인은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유행성출혈열은 1941년 만주의 일본 관동군 1만2000여명이 감염돼 2000여명이 사망하고,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3200여명이 감염돼 수백명이 사망한, 치명률 10%의 제3급 법정 감염병이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15만여명이 감염되고 있다.
현재 유행성출혈열은 들쥐를 매개로 감염돼 두통,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진 법정 감염병이지만, 당시만 해도 감염 원인을 몰라 정체불명의 괴질로 불렸다. '한탄'이란 이름도 고인이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한 장소인 경기 동두천 한탄강에서 따왔다. 고인은 한탄바이러스 발견에 이어 1989년에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진단키트, 1990년에 예방백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인류 건강 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의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1982년 세계보건기구(WHO) 신증후출혈열연구협력센터 소장, 2000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은 부인 김은숙 씨와 아들 성일 성균관대 공대 교수, 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오전 11시5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