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1.19 14:00

삼성전자 지분 1.63%…재계·증권가, 인적분할 등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의 해묵은 과제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이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흔들리기 쉽다는 의미다. 이 회장 경영 체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지배구조 개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회장 취임 이유로 들었던 책임 경영 실현을 위해서도 불명확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사진제공=유안타증권)
삼성그룹 지배구조. (자료제공=유안타증권)

◆이재용 삼성전자 지분 1.63%…취약한 지배력 강화해야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다. 최대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지금 같은 방식의 우회적 지배구조는 대외 환경의 변화로 지배력이 취약해지기 쉽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이 약점을 파고들어 삼성전자 경영 전반에 개입하려 할 시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투명한 지배구조는 ESG경영의 핵심 사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하며 책임경영 강화를 의결 사유로 거론하기도 했다.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입법 개정안도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해당 개정안은 삼성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생명을 정조준하기에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린다. 

현행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채권·주식을 총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3%를 따지는 기준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진제공=유안타증권)
(자료제공=유안타증권)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20년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개편 용역을 의뢰했고, 현재 관련 보고서를 사업지원TF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와 증권가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면 지주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분할 후 매각 ▲삼성물산과 삼성SDS 합병 가능성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다만 사회적 관점에서 목적과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설사 강행한다 해도 자금 확보 여력이 부족해 가능성이 낮은 방안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 금융 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 10.22%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10조4800억원 수준으로,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 

분할 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물산→삼성전자 투자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중간지주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된다.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물산을 분할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이 포함된 금융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 지주회사로 나눠 분할하는 방안이다. 오너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각 사 지분을 현물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지배력을 강화한다. 해당 시나리오로 전개된다면, 지배구조 개편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법적 제약 요건이 있거나, 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입법 개정에도 시간이 소요되고, 법 개정 후에도 7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개정 자체가 안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굳이 대내외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자금을 대규모로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외부 조력을 통해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외부 조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환원 강화,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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