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1.31 11:47
(사진제공=삼성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삼성전자가 31일 공시를 통해 2022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0조4646억원과 4조30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8%, 영업이익은 무려 68.95%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을 밑도는 2000억원대에 그쳐 '어닝쇼크'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진 것도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2조2314억원,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이다. 매출이 전년 대비 8.09% 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15.99%나 감소한 것이다. 실적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돼 TV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한데다 이로 인한 반도체 수요마저 급감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의 수익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익이 3분기에 비해 6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영업환경이 급속히 악화한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문제는 삼성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에 불어 닥친 한파가 예상보다 더 혹독했고, 이런 환경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만 잘 버티면 연간 매출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지만 시장여건은 녹록치 않다. 매출이 증가한다 해도 가격 하락이 예견돼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에 PC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분기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반도체부문의 초라한 실적(매출 20조700억원·영업이익 2700억원)도 메모리 가격하락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는 얘기다.

메모리 수요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울한 소식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 IT 기업들의 투자가 최소한 올해 하반기에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D램 시장의 매출이 올해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매출 감소와 쌓여 가는 재고, 높아지는 원가 부담이 올해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정말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지금은 반도체 위기"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심각하다. 실제 그렇다. 무역수지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미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략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둘러 위기를 봉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대한민국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스스로가 투자와 기술혁신에 매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라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감한 의사 결정과 치밀한 전략으로 돌파구를 열었던 삼성의 저력을 이번에도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결코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 지금은 삼성의 혁신적인 기업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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