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04.15 11:46

금융주 부진에 코스피도 '곤두박질'
"밸류업 정책 수정·재검토 불가피"

4대 금융지주 본점. (사진제공=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점.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주식 시장에서 금융주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여당의 총선 완패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증권가 역시 금융주들의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지수는 총선 전날인 9일부터 직전 거래일인 12일까지 146.95포인트(7.83%) 급락했다. 같은 기간 KRX 은행지수와 증권지수도 각각 40.23포인트(5.12%), 33.04포인트(4.62%) 하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보험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삼성생명은 9% 넘게 하락했으며 ▲DB손해보험(-8.13%) ▲현대해상(-6.50%) ▲삼성화재(-5.87%) ▲한화손해보험(-5.81%) 등의 주가도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보험주는 보험사의 특성상 연간 배당을 제외한 중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이 어렵고, 보험사 간의 신규 계약 판매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이 주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이외에 ▲하나금융지주(-5.34%) ▲KB금융(-4.05%) ▲신한지주(-4.01%) ▲우리금융지주(-3.59%) ▲삼성증권(-5.64%) ▲NH투자증권(-3.41%) 등도 함께 하락했다.

금융주의 전반적인 약세는 지난 10일 열린 총선의 영향이 컸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업 세제 혜택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의 약세가 이어졌다. 

또한 중동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위험이 제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던 점도 주가 약세의 배경이 됐다. 지난 13일 이란은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 속에 이란의 공격을 방어한 이스라엘이 반격을 선언하고, 이란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1973년 이후 51년 만에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는 원·달러 환율과 유가를 밀어 올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380원을 돌파하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 이에 환율은 14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2일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는 장 중 92.1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금융주들의 약세에 코스피 지수도 2600대로 급락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 넘게 하락한 264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불과 총선 전날인 9일까지만 하더라도 2717.65에 거래를 마쳤던 코스피는 총선 결과와 중동 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일주일 새 80포인트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법인세 감면이나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제 지원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 대다수가 수정 또는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총선 결과로 세제 혜택 부여에 대한 법 통과 여부가 모호해져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 극대화가 어려워진 만큼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밸류업 관련 일정은 다음 달 중으로 예정된 2차 세미나와 가이드라인 제정인데, 그전까지는 밸류업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부분 보험사의 실적 발표도 5월 중순으로 예정된 만큼 주가는 당분간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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