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15 18:05
"사태 장기화 시 수요 위축에 정제마진 하락 우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유가 130달러대 치솟을 가능성도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하면서 촉발된 '중동 리스크'가 국제 유가를 크게 어지럽힐 전망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85.66달러를,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7% 오른 90.45달러를 기록했다.
정유 업계는 당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호실적이 예상되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는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 수요가 많으면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지지만, 전쟁 리스크가 커지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마진이 다시 하락한다"며 "한국처럼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파는 쪽은 수요 위축과 마진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득보다 실이 예상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제조원가의 70%가량 차지하는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들썩임에 따라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요동친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그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부진했던 탓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면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까지 영향이 오는 데 몇 주가 걸리는 만큼, 당장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최근 석화 업계 전반이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량이 해당 해역을 이용하고 있어 '원유 동맥'으로 불린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